높은 산과 깊은 골,
각각의 땅이 품고 있는 아픈 역사와 작은 희망의 물줄기
(평창 도슨트 김도연)
평창을 만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은 시대별로 전국을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이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그림이나 유물유적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우리나라 곳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 사는 사람과 땅에 대해 알려주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로 『평창』이 출간되었다.
김도연 작가의 『평창』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 맑은 물이 흐르는 평창의 자연 풍광과 그 안에서 삶을 일구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고향인 평창에서 오랫동안 경험하고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썼기에 평창의 진면모를 잘 보여준다.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평창 사람들의 애환과 삶의 모습, 그리고 평창이 걸어온 역사적 발자취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우선 평창의 명소와 그곳에 깃든 사연들을 소개한다. 오대산과 월정사, 상원사, 대관령 등 평창을 대표하는 장소들의 유래와 의미를 풀어내면서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냈다. 작가는 또한 평창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이어져 온 평창 사람들의 정신과 문화를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보여준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평창의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험준한 산세와 깊은 계곡, 넓게 펼쳐진 고원 등 평창의 수려한 풍광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이는 산촌 민속과 전설, 사찰과 암자, 그리고 역사 유적 등을 통해 잘 드러난다. 산너미목장, 청옥산 육백마지기 등에 깃든 화전민들의 애환, 미탄 동강변 사람들의 삶의 모습, 오대산 사찰을 지킨 한암스님과 탄허스님의 발자취 등은 자연 속에서 이뤄진 평창 사람들의 고투와 정신세계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효석의 소설 무대가 된 봉평이나 대관령 목장 지대는 청정한 자연과 더불어 문화와 낭만이 살아있는 평창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소박하고 진솔한 문체도 돋보인다. 마치 오랜 지인이 들려주는 평창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친근한 어조는 독자로 하여금 평창의 정취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한다. 다만 책에 수록된 내용이 방대하고 광범위하다 보니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지 못한 면도 있다. 제한된 지면 안에서 평창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독자에게 평창을 직접 찾아 그 진면목을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책을 읽고 난 뒤라면 평창에서의 시간은 더욱 깊이 있고 감동적일 것이다. 자연과 사람,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평창의 참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평창이 간직한 자연과 인문학적 가치, 그리고 그 땅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오롯이 담아낸 훌륭한 기행문집이다. 평창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곳을 찾고 싶은 마음을 북돋아 준다. 아직 평창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다면, 이 책과 함께 평창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험준한 산세에 맑은 물, 그리고 정겨운 사람의 온기가 남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다시, 한국의 땅과 한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1983)은 시대별로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들이다. 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독립된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하고, 답사하기 좋도록 대표적인 장소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였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들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분들을 도슨트로 삼았다. 이 시리즈가 지역의 거주민들과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발견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