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지만 때론 낯선 게 가족이니까!
잠시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책
『나의 낯선 가족』에는 혼자가 되어 외롭고 돌아갈 길을 몰라 두려운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죽은 아빠가 묻힌 외딴 산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혼자가 되어 헤매는 아이(「그날, 쑥」), 늦은 시간 작은 방에서 홀로 잠자리에 든 아이(「고양이 엄마」), 이혼한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의 자리는 자꾸만 잃어버리는 아이(「집으로」) 등 모두 생활 혹은 마음 가운데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슬픔과 불안을 내버려두지 않되 방황하는 순간을 애써 부정하지도 않는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오롯이 혼자가 되어 보는 경험이 모여 진짜 ‘나’를 찾아갈 기회가 되리라 믿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그날, 쑥」 「고양이 엄마」 「집으로」 속 주인공들이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준다.
가까워도 궁금한 가족의 새 얼굴
능청스러운 환상으로 문학적 경험을 선사하는 동화
『나의 낯선 가족』은 환상적인 세계를 일상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작가만의 솜씨가 돋보인다. 「그날, 쑥」의 푸른 산골짜기에서 주인공이 경험한 기묘한 사건들은 마치 꿈처럼 그려지며 애도와 성장이라는 주제를 강화한다. 또 「휴게소 가족」에서 주인공이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만나는 인물들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는 장면은 이어지는 반전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낯설지만 환상적인 문학적 경험을 통해 다시 돌아보는 가운데, 독자들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수용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긍정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작품 줄거리
「그날, 쑥」 돌아가신 아빠가 묻힌 외딴 산에 성묘를 갔다가 깜빡 잠에 들었다. 눈을 뜬 순간부터 어쩐지 기묘한 인연들이 자꾸만 찾아오는데…….
「아빠의 나라」 어느 날 전학생이 왔다. 하필 지금은 이혼해 떨어져 지내는 아빠가 머무는 자카르타에서. 처음부터 마뜩찮았던 그 녀석이 대뜸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재촉하는데…….
「휴게소 가족」 ”나는 못 키워. 당신이 혼자 키우든지.“ 엄마 아빠가 자신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걸 듣고 말았다. 그런 ‘나’에게 엄마 아빠를 새로 골라 보자 제안하는 한 아이.
「진짜 손녀」 어색하기만 한 할머니의 장례식 날. 피부색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한 아이가 자신도 할머니의 손녀라며 다가오는데……. 진짜 손녀는 누굴까?
「고양이 엄마」 늦게까지 일하는 야행성 엄마 얼굴에 얇고 가느다란 은빛 털이 보인다. 우리 엄마, 설마 고양이인 걸까?
「집으로」 엄마 몰래 키워 온 햄스터 ‘토토’의 집이 발각되었다! 마음의 보금자리와 같았던 ‘토토’의 집을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