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말놀이 동시
최승호 시인은 말놀이를 기반으로 한 재미있는 동시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피카소 물고기』 역시 최승호 시인의 그러한 장점이 그대로 녹아 있는 동시집이다. 미어캣들은 줄넘기를 “캣 캣 캣” 넘고(「미어캣들의 줄넘기」), 노루는 궁궁이꽃 냄새가 궁금해 “궁궁이가 궁금해” 중얼거린다(「궁궁이꽃 필 때」). 한국어의 소리를 이용해 기발하게 이어지는 말놀이에 독자들은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된다.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한 표현도 빼놓을 수 없다. 꽃 파는 아저씨의 꽃과 돈다발을 염소가 뜯어 먹는 장면이나(「튤립 트럭」) 개똥벌레를 삼킨 바람에 배 속에서 빛이 나 무서워하는 개구리의 모습은(「개구쟁이 청개구리」) 그 자체로 우습고 재밌다. 아이러니와 익살이 섞인 최승호 시인 특유의 유머 감각이 담긴 동시는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동물과 색색깔깔의 세계
이 동시집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펭귄, 미어캣, 흰돌고래, 기린, 코뿔소는 물론이고 말오줌나무나 유리보석옥수수처럼 이름만 들어도 신기한 식물들도 나온다. 최승호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묘사되는 동식물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게 느껴지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동시와 그림으로 드러나는 색채들이다.
아이들에게 색채를 선물하는 마음으로 동시를 썼다는 시인의 말처럼, 『피카소 물고기』에는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색채가 들어 있다. 거북이가 헤엄치는 바다의 파란색(「푸른바다거북」)과 푸른발부비새의 발에 물든 파란색(「아침 인사」)은 다르다. 도롱뇽이 걸어가는 이끼의 초록(「도롱뇽」)과 논에 떠 있는 개구리밥(「무논의 개구리밥」)의 초록도 다른 색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색의 차이를 들여다보는 최승호 시인의 눈은 『피카소 물고기』가 피카소의 그림처럼 다양한 색을 품게 했다.
홍성지 작가의 그림 역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인이 발견한 색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표현하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터지는 불꽃놀이의 화려한 빨강은 반짝이는 색종이를 붙여서(「불꽃놀이」), 털로 뒤덮인 흑표범의 몸은 크레파스를 두텁게 칠해 부드러운 느낌으로 표현했다(「흑표범 그리는 법」). 다채로운 색과 질감을 품은 홍성지 작가의 그림을 보면, 최승호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색색깔깔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최승호 시인의 탁월한 상상력과 홍성지 작가의 독특한 삽화는 공처럼 통통 튀는 말과 다채로운 색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동시집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 색으로 채워져 있는지 알게 해 준다.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섬세한 눈.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피카소 물고기』를 본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세계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빛과 느낌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