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서로를 알아본 강아지와 어린이의
귀엽고 짜릿한 첫 만남 이야기
어린이 조이는 기억할 수 있는 맨 처음 순간부터 개를 좋아했다. 강아지 점프는 기억할 수 있는 맨 처음 순간부터 사람을 좋아했다. 생김새나 종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언젠가 만나게 될 나만의 개와 나만의 사람을 즐겁게 기다릴 뿐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이는 꽃으로 강아지를 만들었고, 점프는 나뭇잎으로 아이를 만들었다. 어울리는 이름도 지어 줬다. 그러나 꽃과 나뭇잎은 시들어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여름에는 조개껍데기와 모래, 가을에는 나뭇가지와 진흙,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그렇게 계절마다 새로운 개를 만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보지만 그들은 흩어져 버리거나 조금씩 무너지거나 자꾸 사라졌다.
한동안 실망스러운 시간을 지나온 조이와 점프는 봄을 맞아 바깥으로 놀러 나갔다가 다시금 무성해진 꽃과 나뭇잎을 보게 된다. 반가운 마음에 자기가 지어 줬던 이름도 아주 크게 불러 본다. 바로 그때였다. 서로의 목소리를 들은 조이와 점프, 그들이 고개를 돌려 마침내 서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둘은 첫눈에 알아본다. 나의 개, 나의 사람이라는 걸.
“큰 개든 작은 개든 점박이 개든 털이 곱슬거리는 개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누가 내 개일지, 보기만 하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요.” - 본문에서
대구법을 활용한 이야기의 즐거운 전개
몇 번이고 돌아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림의 매력
간결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인 《점프와 조이》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점이 있다면 두 주인공에 최적한 구성적 장치와 미술 기법들일 것이다. 책을 펼치면 완전히 이질적으로 표현된 점프와 조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흑백의 세밀한 선이 강조된 다채로운 패턴과 이미지로 이뤄진 배경 속에서 두 주인공 점프와 조이만은 다소 투박하고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뿜으며 오로지 세피아 톤으로 종횡무진 존재한다. 이는 밀도 높은 주변의 디테일을 뚫고 둘을 향한 시선을 끝까지 붙잡게 하는 일종의 핀조명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들의 감정과 움직임 그리고 사랑스러움까지도 더욱 생동감 넘치게 하는 장치가 되어 준다.
또한,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재밌게 활용되고 있는 대구법은 똑같은 간절함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점프와 조이의 모습을 보여 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다.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지만 어딘지 많이 닮아 있는 점프와 조이의 행동이 그림책의 접지선을 사이에 두고서 별개로 그려지고 호응하며 열거되는데, 계절을 지날수록 두 주인공의 감정은 똑같이 점차 열렬해지기만 한다. 그러다 마지막쯤에 점프와 조이가 몸을 돌려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 지금껏 쌓여 온 시간들이 짜릿함으로 전환되고 이를 모두 지켜본 독자들의 희열은 최대치로 증폭되는 것.
이야기의 힘이 서로를 찾고 기다리는 일에 집중되는 동안 《점프와 조이》는 이처럼 매 장면 시각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자아낸다. 판화 기법의 하나인 에칭을 비롯하여 잉크, 페인트, 콜라주 등의 여러 재료와 표현법을 엮어 창조해 낸 이 고유한 세계로 우리를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든다.
서로를 만난 것이 그저 기뻐서 뛰고 또 뛰는 점프와 조이
그 순도 높은 감정의 몸짓과 웃음에 대한 그림책
점프와 조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몇 번의 계절을 건너는 동안 똑같이 변하지 않았던 생각은 ‘나는 너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였다. 이 세상에 아무리 많은 강아지와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누가 내 개일지, 또 누가 내 사람일지 알아볼 거라는 확신. 이것은 사실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키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국 공통으로 느끼는 강렬한 경험이기도 하다. 첫눈에 알아봤다는 사람들, 이런저런 이유로 돌아서야 했다가 끝끝내 생각을 거둘 수 없어 다시 찾아 가족이 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우리와 반려동물의 관계가 그러하듯, 내거는 조건도 바라는 대가도 없이 서로를 만난 것이 그저 기뻐서 뛰고 또 뛰는 점프와 조이의 경쾌한 몸짓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나만의 반려동물을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만난 행운의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순도 높은 관계가 주는 단순한 기쁨과 그 귀함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점프와 조이》에게 자신의 곁을 오래오래 내어 주고 싶어질 것이다.
“이제는 둘 중 누구도 시들어 꺾어지지 않아요.
흩어져 버리거나 녹아내릴 일도 없습니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