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한자(漢字)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면서 한자로 쓰여진 고전(古典)을 접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중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배우면서 필사해 둔 것을 바탕으로 느린 걸음으로 정리한 것을 조심스레 세상에 내놓는 용기를 부려 봅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을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추적(秋適)이 저술(著述)한 책으로 흔히 얘기하나 이는 일부의 사실만이 알려주는 것입니다.
원래 명심보감(明心寶鑑)은 원나라 말기에 출생한 범립본(范立本)이라는 사람이 홍무 26년(1393년)에 중국 고전에서 선현들의 금언(金言)·명구(名句)를 엮어 상·하 2권에 모두 20편으로 분류하여 편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입수하여 익힌 예문관 대제학을 지낸 노당(露堂) 추적(秋適, 1246~1317) 선생이 『명심보감초(明心寶鑑抄)』 19편을 편찬하였는 바, 이것이 우리나라에 널리 전해지고 목판 등으로 책을 찍어 배포, 활용되면서 원저작자가 추적(秋適) 선생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방대한 명심보감에서 핵심을 다시 뽑아 편집한 초략본의 가치와 반향은 컸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이본(異本)이 발간되어 전해지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 책 내용을 증보(增補)하여 내기도 하였습니다.
명심보감은 중국의 공자, 맹자, 순자 등 당대의 유학자(儒學者)들과 노자나 장자와 같은 도교의 명언, 불교 사상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그야말로 동양(東洋) 정신세계(精神世界)의 정수(精髓)가 취합 정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명심보감은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소장된 1454년에 출판한 신간대자명심보감 (新刊大字明心寶鑑)입니다. 여기에 범립본(范立本)의 서문이 들어가 있어 명심보감이 최초 그의 편저작물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은 기초 한문교육용 교재이자 도덕교육 교재로서, 천자문(千字文), 사자소학(四字小學), 격몽요결(擊蒙要訣) 등과 같이 초학자에게 권장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