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과 문화 예술·역사·건축을 연결 짓는 〈와인 인문학〉
와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별한 날에 마시거나 어렵게만 여겼던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요즘엔 좀 더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료가 되었다. 와인 애호가들이 많아지면서 와인 문화와 역사를 궁금해 하는 이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배영달 작가의 『와인 인문학』 시리즈는 인간에게 늘 영감의 도구이자 역사와 문화의 흐름에 항상 함께해 온 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오랜 시간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문화와 현대 예술, 미학 등을 연구해 왔으며, 여러 해에 걸쳐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미국의 주요 와인 지역을 여행하며 와인 문화를 공부해 왔다. 2021년에 『와인 인문학-이탈리아 편』을 출간했으며, 이어 와인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나라 ‘프랑스’를 소개하고자 2024년 7월에 『와인 인문학-프랑스 편』 1, 2권을 출간했다. 『와인 인문학-스페인 편』도 계획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포도나무와 와인의 역사가 민족의 역사를 더 또렷이 해 준다”고 역사 지리학자 로제 디옹은 말했다. (5p. 머리말)
“와인 없는 식사는 태양 없는 낮과 같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처럼, 프랑스인에게 와인은 문화·정신·역사의 근본 요소이자 일상생활의 필수품이다. 프랑스는 근대적 와인의 시대부터 유럽의 와인 문화를 이끌어 왔다. 프랑스의 지방은 제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갖고 발전해 왔으며, 대부분 와인 및 와인 산지와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편』 이후로 프랑스를 한 번 더 여행하여 기존에 준비해 온 프랑스 와인의 인문학적 이야기에 생생한 사진을 더했다. 책의 1편은 프로방스, 론, 샹파뉴, 옥시타니로, 그리고 2편은 보르도, 생테밀리옹, 부르고뉴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 각 지방의 아름다운 샤토, 클로, 포도밭, 마을, 그리고 문화 예술·건축 공간과 함께 프랑스의 와인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예를 들면 부르고뉴의 대표적 샤토인 샤토 뒤 클로 드 부조의 역사적인 건물과 셀러,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샤토 라코스트의 현대적 셀러와 함께 와인·예술·건축이 어우러진 프랑스의 와인 문화를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품질과 명성이 곧 국가의 명예로 여겨지곤 했다. 와인 애호가였던 많은 왕과 군주는 와인을 포함한 문화와 예술을 보호하고 장려했으며 그것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라 믿었다. 이런 관심 속에서 프랑스가 샤토, 테루아, 그랑 크뤼, AOC(원산지통제명칭) 등의 용어를 만들고 세계 와인의 기준을 확립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프랑스인의 와인 사랑은 대단하다. 고흐, 마네, 세잔, 르누아르, 로트렉과 같은 예술가, 볼테르, 몽테스키외, 피에르 상소와 같은 철학자, 니콜라 부알로, 보들레르와 같은 많은 시인, 그리고 라블레, 프랑수아 모리악, 콜레트 등의 작가, 이들 모두는 와인과 함께한 삶을 사랑했다. 이런 관심과 애정은 현대에 와서도 계속되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배우 마릴린 먼로가 돔 페리뇽과 했던 컬래버레이션 작업, 피카소와 앤디 워홀 등의 많은 예술가들이 샤토 무통과 했던 레이블 작업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 와인은 공공연히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인의 삶에 스며든 와인 문화와 역사, 건축을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측면에서 이채롭다. 우리는 프랑스의 와인과 샤토, 와이너리를 통해 인간의 삶이 예술이 되는 장소와 환경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