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미국 소설계에서 가장 혁명적인 작품집이다.” -《보스턴 글로브》
“페이지 안팎의 삶을 더욱 예민하게 인식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독창적인 최고의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리디아 데이비스의 언어적 인식은 유연하고 드넓다. 그의 글은 언어가 언어로 미끄러지는 형식 그 자체로 내용을 이루며 순환한다. 문장 문장마다 세계의 겹과 겹을 깊게 겹쳐 새겨낸다.” -시인 이제니
상황과 감정, 그 세부에 밀착하는 ‘압축’의 글쓰기
유쾌한 무작위성이 만들어내는 서사적 재미와 무게감
리디아 데이비스는 너무 사소해서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반드시 감당해야만 하는 삶의 미스터리, 설명하기 난감하지만 설명할 수밖에 없는 마법에 접근하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세심하다 못해 거의 강박에 가까운 관찰, 그 끝에 찾아오는 지적인 통렬함, 무엇보다 감정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중에 발생하는 풍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인식의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마치 “힘들이지 않고 쓴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은 사실 아주 까다롭게 선택되고 배열되어 있어서, 읽고 나면 독자는 “작가가 짜놓은 까다로움의 결계에 들어섰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중에 작가가 심어놓은 유머와 아이러니, 에피파니를 마주할 때 심오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덜 전통적인 형식, 그중에서도 특히 ‘짧은 글’에 조예가 깊다. 그는 상황과 감정을 압축하고 축약하여 단 하나의 진실을 확대시켜 들여다보게끔 하고, 글 안에서는 어떠한 전개도 가능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이 책의 표제작인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는 그의 이런 글쓰기 특징을 자조적으로 위트 있게 풀어낸 글이다. 글을 쓸 때 ‘축약형’을 너무 많이 써서 문학상 심사위원들에게 게으르다는 평을 받았고 그래서 상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인데, 공교롭게도 그렇게 축약해 쓴 단어가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다. 이 짧고 압축적인 몇 문장 속에서 전통적인 글쓰기에 대한 그의 재치 있는 반항 혹은 어떤 결의 등이 느껴져 흥미롭다.
“리디아 데이비스의 독보적인 관점은 이렇게 사소하고 엉뚱한 순간에 깃든다. 이게 다라고? 싶지만, 이게 다라서 즐거운 문장들이 이어질 때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를 따라간다. 정말 이게 다라고? 싶은데, 사실 이게 다가 아니라서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의 깊은 행간에서 기꺼이 길을 잃는다.” -소설가 이주혜(옮긴이)
그는 대개 한두 페이지를 넘지 않고 형식적인 실험이 돋보이는 시적인 글을 쓰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형식 아래서 간혹 아주 긴 호흡으로 세상의 이치, 감정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수록 글 중 특히 〈암소들〉 〈물개들〉 〈재단에 보내는 편지〉 등에 그런 시도가 담겨 있다. 〈암소들〉은 암소 세 마리를 사진 촬영하듯 관찰한 일종의 기록 일지처럼 보이는데, 관심 대상에 대한 길고 섬세한 관찰을 통해 가닿게 되는 놀라운 인식의 경지를 보여준다. 〈물개들〉은 글 속 화자의 언니에 대한 회고록 형식의 글인데,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화자가 어떻게 기억의 긴 선로와 터널을 통과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재단에 보내는 편지〉는 기나긴 독백에 가까운 글로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가장 긴데, ‘압축’적인 글쓰기의 대가로 불리는 그가 그 대척점에 있는 글쓰기를 얼마나 정교한 심리 묘사로 빚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빛나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표지판에 대한 아이디어〉 〈두 데이비스와 러그〉 〈혼자 생선 먹기〉 〈착륙〉 〈작은 초콜릿 상자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등에서 세부의 세부에 접근하는 그의 집요한 시도를 살펴볼 수 있다. 형식에 대한 그의 재치 있고 유연한 확장력은 특히 〈뒤집을 수 있는 이야기〉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과월호를 최대한 빨리 읽는 방법〉 〈나는 아주 편안하지만 조금 더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교정 사항 1ㆍ2〉 〈집 안 사물들의 언어〉 〈지역 신문 부고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리디아 데이비스는 너무 짧거나 그에 비해 너무 길거나, 전통적이거나 비전통적인 이야기를 한데 뒤섞어 유쾌한 무작위성이 만들어내는 서사적 재미와 무게감을 선사한다.
‘발견한 재료’는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글쓰기 강의록 《형식과 영향력》을 쓴 작가인 만큼 형식에 대한 그의 탐구력은 남다르다. 전통적인 단편소설 외에 시, 편지, 에세이, 우화, 기록 등은 물론이고, 꿈과 19세기 작가의 서신 등을 바탕으로 이를 재구성하여 들려주는(retelling)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 형식적 시도가 다채롭다. 특히 이 책에서는 리디아 데이비스가 ‘발견한 재료(found materials)’를 사용하고 전유하는 일의 구체적인 사례를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어 번역가이기도 한 리디아 데이비스는 플로베르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접하게 된 서신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들을(작품에 ‘플로베르 이야기’라는 표식이 달린 글들) 곳곳에 배열해두었다. 또한 그 스스로 ‘꿈 이야기’라고 부르는 작품들이(작품에 ‘꿈’이라는 표식이 달린 글들) 대거 수록되었는데, 그는 자신의 꿈뿐만 아니라 친구의 꿈, 그리고 꼭 꿈이 아니더라도 꿈을 닮은 경험을 ‘꿈 이야기’로 풀어낸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항의 편지’라는 장르를 새로 만들다시피 했는데, 실제로도 그는 제품 구매와 사용에 불만이 있을 때 종종 항의 편지를 써서 보낸다고 한다. 그 경험의 결과, 이 책에서 그가 냉동 완두콩 제조사, 하버드 서점 마케팅 담당자, 호텔 매니저, 미국 인명 정보연구소 회장에게 보내는 항의 편지를 읽을 수 있다. 리디아 데이비스의 엉뚱함과 유머, 신랄함이 유독 항의 편지에서 돋보이는 듯하다. ‘발견한 재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들은 전통적인 소설 형식 안에서 다채로운 글쓰기를 시도하고자 한 데이비스의 문학적 포용과 유연한 사고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신.
리디아 데이비스의 이야기들이, 모든 것이 변했다는 느낌과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 속에서, 인생이 너무 심각해 글을 계속 쓸 수 없고 일상이 그저 평범한 난기류 같아도, 감정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 어떻게든 무언가를 읽어내려고 노력 중인 작가의 진심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 추천사 이어서
리디아 데이비스의 독보적인 관점은 이렇게 사소하고 엉뚱한 순간에 깃든다. 이게 다라고? 싶지만, 이게 다라서 즐거운 문장들이 이어질 때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를 따라간다. 정말 이게 다라고? 싶은데, 사실 이게 다가 아니라서 우리는 리디아 데이비스의 깊은 행간에서 기꺼이 길을 잃는다.
-이주혜(옮긴이, 소설가)
데이비스는 정말 독특하다. 몇 줄에 불과한 아주 작은 이야기가 방대하게 모여 일상을 조용히 사로잡고, 때로 짓궂은 예술로 바꾸는 연금술을 수행한다.
-《글로브 앤드 메일》
관찰, 드라마 그리고 압축! 이 모든 것이 담겨 소소한 순간마다 일종의 서사적 무게감을 선사한다.
-데이비드 울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데이비스는 공식적인 문학계의 다이너마이트다. 무엇이든 힘들이지 않고 쓴 것처럼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데이비스의 탁월한 재능은 우리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다.
-클레어 메수드, 《파이낸셜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