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글
한옥은 우리가 흔히 살아 왔던 집이다. 불과 40-50여 년 전까지는 말이다.
나도 한옥에서 태어나 한옥에서 자랐다. 어릴 적 삐거덕 소리를 내는 나무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처마를 맞댄 한옥들 사이의 골목엔 또래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그런데 이제 도시에서 한옥을 보기란 쉽지 않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산이 많이 황폐해진 까닭에 좋은 목재를 구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산업화가 시작되며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자, 좁은 땅 위에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는 주거 문화가 필요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살던 한옥이 헐려나간 자리에 이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골목에서 놀던 친구들은 이미 오래전에 뿔뿔이 흩어졌고, 옛 일을 추억할 장소도 사라졌다.
안동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우리 유교문화의 원형을 보며, 그 문화를 고집스레 지켜온 어른들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전국을 다니며 일관성 있게 작업해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 우리가 옛날부터 살아오던 ‘한옥’에 집중하고 있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 연재한 한옥 사진도 그 기록 중의 일부다. 어릴 적 한옥에 살던 추억을 떠올리며 한옥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은 늘 좋았다. 이렇게 촬영한 시간이 20년이 되었다.
한옥을 촬영하면서 늘 궁금했던 것들이 있었다. 대문을 들어간 후에도 왜 중간 중간 문이 있는 걸까? 웃방, 윗방, 상방 등 못 듣던 방의 이름은 무엇을 뜻하나? 집집마다 창호의 형태, 난간의 모양이 왜 다르지? 편액과 주련에는 무엇이 쓰여 있는 걸까? 궁금한 것은 책을 찾아봐도 너무 어렵게 설명이 되어 있었고, 이 책 저 책을 모아 놓고 찾아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한옥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 샌가 마음에 자리잡았다. 그러다 홍형옥 교수님을 만났고, 의기투합하여 이 책이 탄생했다. 촬영해 놓은 사진이 많았기에 ‘그냥 그 사진을 사용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원고 내용에 맞는 사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일두고택에서 정려기가 있는 대문을 찍어둔 것이 있는데 정작 정려기가 자세히 보이지 않는 것처럼…. 결국, 필요한 사진을 찍으러 고택들을 거듭 찾아갔고, 그렇게 다시 찍고 찾은 사진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옥 . 보다 . 읽다〉가 한옥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한옥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 그 집안만의 전통과 개성을 담은 멋진 한옥들이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 되면 좋겠다.
** 맺으며
한옥의 구성요소에서 나타나는 신분과 남녀, 가부장의 가치관에 따른 일상생활과 가계 계승 방법이 한옥의 장치로 어떻게 나타났는지 읽고 나면, 각 공간 요소들이 달리 보일 것입니다. 한옥의 목구조가 나타내는 선과 면, 관조적인 아름다움과 상징성, 장치들을 알게 되면. 멀리서 가까이서 한옥을 다시 또 자세히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