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 시인
올챙이 여러분 이 책을 보세요
이 책을 읽어야
개구리가 된답니다
이 책에는
여러분의 몸에 뒷다리가 생기고
앞다리도 생기고
올챙이 꼬리가 없어져
개구리가 되는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올챙이 공부 끝!
하고 책장을 탁 덮으면
책도
개구리처럼
폴짝 뛴답니다
- 송찬호, 「올챙이의 책」 전문
송찬호 시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그림에 대한 꿈은 일찍이 버리고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 『여우와 포도』 『신발 원정대』,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초대 시인
공책 한 권 달랑 들고
들판학교 다니는 우리 아빠
빽빽이 썼다가 지우고
이듬해 봄부터 다시 쓰는
그래도 너덜거리지 않는
울 아빠 파란 공책에는
찰랑찰랑 벼들이 넘실거려요.
맞춤법이 조금씩 틀린 벌레 소리 들리고
할아버지 닮은
염소도 한 마리 묶여 있어요.
똑 똑 똑
땀방울 말줄임표를 따라가면
하늘이 내려와 밑줄을 긋는 지평선 위에
따뜻한 내 옷이랑 새 운동화가 놓여 있지요.
흰 눈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내서
아무도 모르는 줄 알지만
너무 꾹꾹 눌러 써서
뒷장에 남은 자국을
겨울이면
기러기들과 함께 나는 읽지요
- 김유석, 「아빠의 공책」 전문
김유석 시인
1960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했다. 시집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 『붉음이 제 몸을 휜다』와 동시집 『왕만두』가 있다. 지금은 김제 지평선 평야에서 논농사와 글 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