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를 극적으로 향상시킨 비결은
획일적 평등이 아니라 긍정적 차별이다
형평성(equity)이라는 말은 교육을 넘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점점 커져 가는 빈부격차, 경제적 불평등, 인종과 민족 간의 대립과 차별은 더이상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출산율의 저하, 다문화가정 학생의 급증, 달라진 환경, 문화적 격차 등 수많은 다양성과 차이를 고려한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외면하는 학교와 사회는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육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다.
이 책이 제시하는 변화 방향은 바로 ‘형평성을 통한 잠재력 실현’, 다시 말해 ‘긍정적 차별로 모든 학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일이다. 여기서 ‘형평성’이란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획일적 평등’이 아니라 ‘긍정적 차별’이다. 현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잠재력을 계발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고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가정환경, 민족이나 인종 등의 이유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는 기회의 격차를 줄이고 학습자의 참여를 격려함으로써 삶과 미래가 달라진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학력 학교에 최고의 인재를 배치하는 전략으로 학구 전체의 성취도를 끌어올린 사례, 이중언어 학습자와 함께하며 다양한 문화적 기반을 활용하여 깊이 있는 학습을 구현한 사례, 학생의 삶과 관련된 교육과정이 학습과 학교 문화를 얼마나 달라지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긍정적 차별이 일으키는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학교 구성원 간, 학교와 지역사회 간 긍정적이고 밀접한 관계가 학교 문화와 학업 성취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 책의 강점은 변화를 주도한 교사, 교장, 교육 행정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변화 과정에서 경험했던 반발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떤 위기를 겪었는지도 들려준다. 이들의 의지와 용기, 헌신적인 노력은 읽는 내내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물적, 제도적 기반과 지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교육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교육의 비전과 가치, 그리고 방법론은 평범한 듯하지만 교육의 본질에 가깝다. 교육의 본질은 사회에 필요한 노동자를 키워내거나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며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긍정적 차별로 모든 학생을 성공으로 이끈다(Excellence through Equity)’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을 통해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교사, 교장, 교육행정가들의 대담한 실천과 리더십을 기대한다. 학교변화와 미래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교육계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