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소금 맛 복수가 모두에게 좋은 결과여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이제 친구가 된 동동이에게 짱짱이가 얼마나 미안했을까?
〈붓질하는 짱짱이〉는 나무에 깃들어 사는 도깨비 짱짱이의 이야기입니다. 수명이 수백 년은 되는 도깨비는 사람보다 더 오래 한 곳에서 터를 잡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아파트를 짓겠다며, 짱짱이가 살던 나무를 베어 버립니다. 도깨비 입장에선 굉장히 화가 날 일이죠.
짱짱이는 어쩔 수 없이 목련나무가 있는 동동이네 집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 집 아들 동동이는 〈호박 관찰 일기〉를 쓰느라, 호박 키우기에 아주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죠. 짱짱이가 보기엔 꽤나 거슬렸습니다. 자기가 살던 나무는 무지막지하게 싹둑 베어 버리던 사람들이, 그깟 호박에 저렇게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으니 말이죠. 짱짱이는 심술이 나서 호박이 열리면 똑 떼어 버리고, 또 열리면 똑 떼어 버렸죠. 동동이는 울상이 되었습니다. 호박이 나면 떨어지고 나면 떨어지고 하니까요. 동동이가 관찰일기를 못 쓰게 되자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고것 참 쌤통이다, 라며 짱짱이는 배꼽을 잡았죠.
그런데 교육열이 남다른 동동이 엄마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들이 〈호박 관찰 일기〉를 못 써서 공부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백방으로 문의를 하고, 드디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답을 들었지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어 벌이 없어져서 그렇습니다.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면서 꽃가루를 수정해야 하는데 벌이 수정을 못 해 줘서 열매가 떨어지는 겁니다.”
아하, 그렇다면 직접 인공수정을 해 주면 되는 거구나. 그날로 이 집 아들 동동이는 붓을 들고 꽃가루를 묻혀 인공수정을 해 줍니다. 붓을 들고 나가는 동동이에게 엄마가 말해요.
“동동아, 조심해서 칠해. 잘못하면 호박 열매가 다 떨어지니까.”
이때 짱짱이 귀가 번쩍 뜨입니다.
‘호박에 붓질을 잘못하면 호박 열매가 다 떨어진다고?’
짱짱이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러곤 그날 밤 그림 그리는 붓을 들고, 온 동네 호박밭에 핀 꽃들에 붓질을 잘못하러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붓질을 어떻게 잘못해야 호박이 떨어질까요? 짱짱이는 그걸 알까요?
아무튼 짱짱이는 붓질을 잘못하고 와서는 복수했다고 믿었고, 실제로 긴 잠을 자고 일어나 호박밭이 텅 빈 걸 보고 매우 즐거워했죠.
목련나무에 자리를 잡고 익숙해질 무렵, 짱짱이는 또다시 위기를 맞이합니다. 예전에 짱짱이가 살던 나무를 베어 버린 그 사람이 이 마을에 또 나타났거든요. 그 사람은 이 동네 집들을 시세의 두 배를 주고 몽땅 사서는 싹 허물고 새로 고급 빌라를 짓겠다고 사람들을 설득했어요. 짱짱이는 절망했습니다. 그럼 지금 살고 있는 나무에서 또 나와야 하는 건가? 이제 어디로 가지? 짱짱이 마음이 무거워졌죠. 그런 짱짱이에게 동동이가 손을 내밉니다. 짱짱이의 붓질 복수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동동이가, 목련나무를 벨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 얘기해 주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도깨비라는 전통 캐릭터를 일상으로 불러와
재치와 유머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자연을 체험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예전엔 명절날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가기도 했고 그곳이 시골인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 댁도 도시인 경우가 많죠. 요즘 아이들은 집을 그리라고 하면 아파트를 그린다고 해요.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니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자연이란 큰 품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 그 넓은 관점을 아이들이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거기에 핀 풀꽃을 보는 것, 혹은 빌라나 아파트 화단에서 자라는 나무와 곤충들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붓질하는 짱짱이〉는 우리의 일상 풍경인 아파트와 나무를 소재로 하고, 전통 캐릭터인 도깨비를 불러와 사람과 공존하는 모습을 그린 동화입니다. 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면, 누가 베어내지 않는 사람보다 더 오래 그 자리를 지키며 사는 나무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거기 있는지도 모르는 게 나무지만, 이렇게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각자의 생김대로 마음속에 나무를 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