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닷가 길을 따라
만나는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
『서해랑길 인문 기행』은 해남 땅끝탑에서 시작해 인천 강화까지 닿는 여정을 총 4장으로 구성하였다. 13개의 서해랑길 코스를 걸으며 닿는 마을마다 품은 역사와 설화가 무궁하다. 서해랑길이 시작되는 강화에서는 진도와 해남 사이에 유리병의 목처럼 갑자기 좁아진다 하여 ‘울돌목’이라고 부르는 바닷길이 있다.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이 조류의 세기를 이용하여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친 현장이다. 서천군에서는 백제 시대 탑으로 소문난 ‘비인리 오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몇 기 남아 있지 않은 백제 문화재 중 하나인 오층석탑이 마을 귀퉁이에 쓸쓸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백제가 받은 수난의 시간이 어렴풋이 가늠된다. 걷기를 멈추지 않고, 경기도 평택시에 들어서면 그 유명한 ‘원효대사 해골바가지’ 설화가 탄생한 포승면 원지리의 수도사에 닿는다. 해골바가지 속 물을 통해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말한 원효대사의 지혜를 기억하며 서해랑길의 마지막 코스가 되는 강화도까지 걷는다. 강화도의 초지진은 조선 중기 해상으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구축한 것으로, 19세기 후반 미국과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전적지다. 이 진지에는 프랑스와의 병인양요, 미국과의 신미양요 등 나라를 지키기 위해 벌인 전투와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드넓은 갯벌과 일몰,
서해랑길이기에 볼 수 있는 풍광
서해에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갯벌과 염전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바다생물들이다. 서해랑길 여정 중에 있는 신안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졌다. 신안의 섬 중 증도는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이다. 증도를 걷다 보면 태평염전을 만날 수 있는데, 매년 15,000t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태평염전은 그 규모가 단일 염전으로는 전국 최대 크기로 462m²의 거대한 소금밭을 자랑한다. 또 서해랑길과 변산마실길을 함께 품은 부안에서는 일몰이 아름다운 솔섬을 만난다. 외딴 섬에 자란 소나무와 섬 너머로 보이는 등대가 지는 해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다. 특별히 서해에서는 만조에 창창한 바다였던 곳이 간조에 걸을 수 있는 땅이 되는 놀라운 자연의 신비를 만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화성의 제부도가 있다. 말 그대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제부도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간조가 되면 많은 차와 사람이 드나든다. 제부도에서 보는 일몰 또한 ‘제부낙조’라 하여 화성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의 도시나 그 주변에는 보기는커녕 들은 적조차 없는 명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소 플리니우스가 남긴 글처럼 우리는 우리의 도시 주변에 있는 명승지와 그곳의 많은 이야기를 놓치고 있다. 걸으며 만나는 서해의 풍광과 이야기는 지친 다리를 다시 일으킬 만큼 가치 있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미뤄두고 잠시 떠나고 싶다면, 이번에는 비행기도 차도 아닌 두 다리를 디디며 『서해랑길 인문 기행』을 들고 서해랑길 여정에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