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돌 위에서도 3년을 버티면…”
33년의 직장 생활, 7년의 임원 생활
직장인으로서의 ‘실력’을 만든 것은 인고의 세월이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과 함께 거론되는 일이 많은 전국시대 일본의 군웅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흔히 끈기와 인내의 전략가라는 평을 받는다. 격변하는 정치 상황 속에서 다른 가문에 인질로 잡히면서까지 호기를 엿보았던 그의 정치 철학을 대변하는 한 마디가 바로 “차가운 돌 위에도 3년(石の上にも三年)”이라는 말이다. 차가운 돌 위라고 해도 3년을 버티고 앉아 있으면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저자는 1989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 임원 생활을 하다가 퇴직하기까지 33년의 세월을 직장인으로서 살았다. 그 세월 중에 “직장인의 별”이라고 할 만한 임원으로 있었던 세월은 7년 정도다. 7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임원의 현실에 대해 아는 사람이 들으면 놀라운 시간이기도 하다. 흔히 임원들 사이에서 하는 농담으로 “임원은 임시 직원의 약자”라는 말이 있다. 임원이 되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변하는 만큼,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자조하는 말이다. 실제로 실적이 안 좋은 만년 부장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방법으로 임원으로 승진시킨 후 1년 후 재계약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할 정도니, 단순히 임원이 된다고 해서 무작정 기뻐할 일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 보직을 옮겨가며 7년 동안 임원 생활을 지속한 저자의 경험은 특기할 만하다.
저자가 임원이 되기까지 26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특히 가족 경영의 관습이 흔한 국내 기업에서 ‘끈’이 없는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임원이 되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결코 빠르게 임원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 세월이야말로 마치 “돌 위에서 3년”을 버티는 것처럼, 저자를 단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엄정한 실적주의와 성과주의의 잣대 앞에서도 임원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이 세월을 통해 쌓은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실력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직장에서 막 임원 생활을 시작하거나 또는 임원이 되기를 꿈꾸는 후배 직장인들을 위해서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책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말단 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직장에서 겪은 고초와 고뇌, 관리직으로서의 어려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질시와 모함 등을 포함하여 직장 생활의 거친 풍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전산(IT) 분야에서 일하면서 그와 관련된 경험을 많이 풀어놓고 있지만, 저자가 겪은 회사 생활의 경험은 IT 분야만이 아니라 회사 생활 전반에 있어 금과옥조가 될 만한다. 임원이 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임시 직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임원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어떻게 일반 사원과 다른 임원으로서의 태도와 실력을 갖춰나가야 했는지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독자들은 아무런 겉치레나 허장성세가 없는 솔직한 고백을 담은 이 책을 통해서, 선배 직장인의 경험을 그대로 자신의 직장 생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도대체 임원이 뭐길래? 뭘 한다고 저런 대접을 받을까?
대기업 임원 출신 퇴직자가 말하는 임원의 이모저모
“대기업에서 직원이 바라보기에 임원은 이상한 존재다. 대개는 사무실도 분리되어 잘 보이지 않는다. 비서도 있고 차도 회사에서 내주고 회의는 줄곧 하는데 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점심이나 저녁은 주로 손님 만나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걸 먹고 술도 좋은 술만 마신다. 주말이면 골프 치러 나가는 것 같고, 일반 직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평일 골프도 친다. 일은 직원들이 다 하는데 월급은 직원보다 어마어마하게 더 받는다고 한다.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하길래 그렇게 대접을 받는 걸까?”
임원의 삶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사원들이 생각하는 임원의 모습이란 대개 이런 것이다. 임원 생활을 경험한 저자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정말 좋은 음식을 먹고 마시고 골프 치러 다니는 게 임원의 일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사람을 만나고 좋은 와인을 마시고, 골프 코스에 나가는 것도 임원의 일이다. 그러나 그게 그저 임원들 좋으라고 하는 일이라면 회사가 값비싼 연봉을 주면서 임원을 데리고 있을 필요도, 임원들의 활동을 경비로 지원해줄 필요도 없다. 저자는 임원이 하는 그러한 ‘사교 활동’을 통해서 어떻게 일이 움직이는지, 임원들은 그 와중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그러한 일견 안락해보이는 활동을 그저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임원으로서의 성과를 뽑아 내기 위해서 어떻게 임원으로서 일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결국은 임원, 또는 사측 입장에서의 핑계에 지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이해관계에 밝은 ‘회사’가 임원에게 그런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말은 많지만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은 단 1%에 미치지 못하는 임원의 세계를 엿보는 것은, 임원을 꿈꾸든 꿈꾸지 않든간에 모든 직장인에게 있어 직장 생활을 위한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