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답이 없는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교실 만들기
저자는 이 책을 기획하기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통신박물관에서 “취향에 대한 논쟁이 가능한가?”라는 기획 전시를 보았다. 그 전시는 민주적 공동체에서 논쟁이 왜 필수적이며, 무엇에 대해, 어떻게 논쟁할 수 있을지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었다. 설명에는 논쟁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고 관점을 교환하며 가교를 구축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전시를 보며 저자는 정작 논쟁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우리 교실을 떠올렸다. 사회 구성원들을 민주적 시민으로 길러 내어 민주주의 사회가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책무이지만, 이러한 역할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은 민주시민교육의 앞에 놓인 ‘논쟁하는 교실 만들기’라는 과제를 풀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3년간 다양한 초·중·고 학생들을 만나 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법에 대하여
이 책은 총 6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먼저 학교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것이 왜 필요하며, 그 효과는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한다. 이와 함께 이슈 교육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소개한다. 2부에서는 ‘호주제 존폐 논쟁’과 ‘인구 문제’라는 구체적인 논쟁 주제를 중심으로 초·중등 사회과 교과서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검토해 본다. 3부에서는 정치·사회적 이슈 학습에 대한 초·중·고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여 그 결과를 제시한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반응한 구체적인 내용도 살펴볼 수 있다. 4부에서는 학교 교실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위한 교육 전략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자료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이슈 토론 주제의 선정과 토론 자료 구성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부에서는 4부에서 제시한 전략에 따라 이슈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을 분석하여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대립적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6부에서는 이슈 수업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다룬다. 학교 교실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기서는 이슈를 다룰 때 교사의 역할 등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도 확인할 수 있다.
1부의 문제의식이 전체 장에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은 어느 정도 독립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관심 있는 내용을 먼저 읽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과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학교 현장에 좀 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내용을 정리하고자 기획되었다. 학생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토론의 장치를 고안하고, 이러한 토론이 가능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교육의 역할들을 확인하는 연구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살아 있는 민주시민교육』은 사회 전체적으로 타협의 가능성을 찾고, 합의점을 고민하는 시민 구성원이 자라나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토대를 만들어 내는 민주시민교육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