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사유의 중대한 변화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텍스트
이 책에 담긴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강연은 푸코 사유의 세 가지 중대한 변화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데서 주목할 만하다. 그 첫 번째 변화는 주체의 문제와 관련되고, 두 번째 변화는 진실의 문제와 관련되며, 세 번째 푸코가 분석하는 역사적 범위와 관련된다.
우선 주체의 문제, 주체화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주체가 권력-지식 메커니즘에 의해 구축되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뿐 아니라 주체가 일련의 자기 테크닉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축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도 관건이 된다. 이로써 푸코의 연구는 근대 서구 주체의 계보학에 속하게 된다. 두 번째 변화는 진실 말하기가 주체성의 근간이 된다는 점이다. 진실을 말하는 행위,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와 타자에 대한 진실 말하기를 통해 주체는 자기 자신과 관계를 구축한다. 그러면서 진실 말하기의 형태에 과오의 고백(그리스도교의 죄의 고백), 파레시아(위험을 감수한 용기 있고 때로는 불손한 진실 말하기)가 중심에 들어온다. 마지막은 푸코가 분석하는 역사적 범위가 고대 그리스-로마, 특히 자기 수양의 황금기인 1-2세기 로마제국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그리스도교의 주체성 모델과도, 근대 주체성 모델과도 다른 주체화 실천과 주체와 진실과의 관계를 발견해낸다.
자기 돌봄과 자기 인식의 시소게임
고대 그리스-로마 시기에 자기 돌봄은 자기 인식에 흡수·통합되었다가 로마제국 제정기에 삶의 형태가 된다. 자기 돌봄은 이제 단순히 정치적 삶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돌봄을 통해 주체는 자기 자신과 관련해 비판의 대상, 투쟁의 장, 병리의 중심지가 된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로의 이러한 회귀는 이후 그리스도교의 자기 수양에서 자기 자신의 포기로 귀결된다. 그 이전의 자기 수양에서 개인은 자기 변화로 진실에 도달하지만, 그리스도교 자기 수양은 다른 현실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주체는 세계와, 자기 자신과 분리된다. 그리스도인은 성서를 해석함과 동시에 자신을 해석해야 하는 이중의 해석에 직면하게 되고 여기에서 자기해석학이 기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푸코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와 초기 그리스도교 시기의 자기 돌봄과 자기 인식을 이론적 담론의 차원이 아니라 자기 실천, 자기 테크닉, 자기 테크놀로지의 관점에서 연구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명상, 파레시아, 글쓰기, 상기 등 일상생활의 테크닉을 통해 구축되는 주체의 구조는 이후 초기 그리스도교의 고백 테크놀로지로 변화해간다.
이 강연은 고대의 자기 수양과 그리스도교의 자기해석학이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드러내면서, 긴밀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이지만 교대하며 우위를 점하는 자기 돌봄(자기 배려)과 자기 인식, “너 자신을 돌보라”와 “너 자신을 알라”는 정언의 끊임없는 시소게임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기 인식이 자기 돌봄의 우위에 서고,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 철학에서 이 경향은 막대한 중요성을 갖게 됐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비판적 태도의 계보학을 구성하는 단계로서의 ‘파레시아’를 발견하는 단초
푸코는 이 책의 전반부에 담긴 일련의 강연과 하나의 총체를 구성하는 네 차례의 세미나에서 ‘파레시아’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한다. 파레시아는 윤리와 정치 영역에서 진실을 말하는 자유인 동시에 의무다. 그는 이 세미나를 통해 파레시아를 세 가지 상이한 맥락에서 연구한다. 하나는 모든 시민이 자신의 생각을 동료 시민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로, 아테나이 민주주의의 맥락이다. 다른 하나는 군주에게 고문이 파레시아를 발휘해야 한다면 군주는 자기가 듣게 될 불쾌할 수도 있는 진실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 끌어오는 군주제의 맥락이다. 마지막은 사람들이 파레시아스트(파레시아를 행하는 자)를 식별할 수 있는 기준의 문제가 제기되는 자기 돌봄(자기 배려)의 맥락이다.
이 책을 편집한 앙리 폴 프뤼쇼와 다이넬레 로렌치니는 이 세미나에서 발견되는 파레시아 연구는 푸코의 다른 연구 작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의 분석과 더불어, 주체와 진실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연구를 개시하는 것을 볼 수 있어 놀랍다”라고 평한다. 그 새로운 관계란, 타인에 대한 진실을 그 타인을 마주보고 말하는 것으로, 푸코 말년의 거의 독점적 주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 후반부의 세미나는 당시의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점에서도 우리의 흥미를 끈다. 영어권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언어적 어려움을 드러내고, 학생들과 아이디어를 교감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푸코의 교사로서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철학자의 사상과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자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