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지난 3월 출간된 「로스쿨 민법 사례형의 정석(이하 ‘로사정’이라 합니다)」에 대한 로스쿨생 여러분들의 예상을 넘은 애정과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학습자의 ‘실력’을 실제로 올려주고, 응시생의 ‘점수’를 실제로 높여주는 집필 취지에 많은 분들이 크게 호응해주셨습니다.

본서는 로사정의 149개 핵심사례, 총 259개 문제의 ‘최고답안’에서 그 세부 쟁점을 목차로 정리한 교재입니다. 로사정으로 민법 사례를 학습하는 독자분들이 본서를 활용한다면 공부의 효과가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본서는 ‘사례집 목차의 단순 나열’에 그치는 책이 아니라 각 사례문제의 ‘핵심쟁점’이라는 관점에서 목차를 정리한 책입니다. 전자가 ‘사례집 목차와 답안을 외워서 쓰겠다’는 목적이 강하다면, 후자는 ‘각 사례문제들이 다루는 핵심쟁점을 떠올리고 학습하자’는 목적이 강한 것입니다. 후술하지만 전자와 같은 사례집 학습은 무익함을 넘어 유해한 학습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 본서는 로사정의 최고답안 목차보다 훨씬 세부적으로 목차를 정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본서의 구체적인 활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로사정으로 학습(구체적 학습법은 로사정 머리말 참조)을 끝낸 사례에 대해서 일정시간 경과 후 로사정의 ‘문제’와 본서의 ‘목차’를 보면서 답안 작성을 연습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목차집 활용법이며, 개인별 학습효과를 고려하여 ‘일정시간’을 같은 날 저녁, 하루 뒤, 며칠 뒤, 몇 달 뒤 등과 같은 식으로 변주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사정 ‘문제’와 본서 ‘목차’는 함께 볼 수도 있고, ‘문제’를 보면서 목차를 떠올려본 후에 본서의 ‘목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단기 학습효과가 중요한지, 엄격한 자기점검이 중요한지 등에 따라 학습자가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로사정을 처음 학습할 때부터 사례문제를 읽고 답안에 쓸 쟁점을 떠올리며 목차와 키워드로 초안을 작성한 후, 본서의 목차를 보면서 자신의 초안과 비교해보고, 로사정의 최고답안을 학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최초 사례학습 단계부터 목차 작성이나 쟁점 학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학습 후 1)의 방법까지 더하여 결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일정시간’을 조금 길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려 사례학습 진도가 늦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민사법은 사례문제 자체를 외우고 해설답안의 목차를 외워서 공부하는 것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선 민사법이라는 과목이 결코 그런 방식의 학습으로 ‘내용’ 학습을 대체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집니다. 설령 대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렇게 하려면 1,000개 이상의 사례를 봐도 부족할 것입니다(이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는 수업이나 방법론 영상 등을 참조).

또한 민법 사례문제의 경우, 날짜 하나만 바꿔도 답안에서 쟁점 1개가 아예 사라지고 새로운 쟁점 2개가 생겨날 수 있고, 당사자가 행동 하나만 다르게 해도 법제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며, 물음의 뉘앙스만 바뀌어도 물권취득인지 계약책임인지 손해배상책임인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운’ 목차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례문제의 답안 목차 자체를 외우는 학습은 설령 시험 대비에 어떤 유익함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상쇄시키고 남을 유해함이 있습니다. 본서를 내면서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혹시라도 학습자가 이러한 단순한 방식으로 본서를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사례답안의 목차 암기가 언제나 유해한 것은 아니고 필요한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중매매, 위조매매, 대표자 행위와 법인의 책임, 취득시효 완성 후 처분과 원소유자의 책임, 저당권침해 구제수단, 강박에 의한 증여와 무효·취소사유 등과 같이 ‘전형적’이고 쟁점이 많은 일부 사안에 대하여는 쟁점으로서의 목차를 외워두고 언제라도 쓸 준비를 해둬야 합니다. 또한 학습과정에서 자기에게 목차가 너무 복잡하여 초기부터 막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외워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그것이 ‘고정된’ 목차라는 생각으로 외우지 말고, 해당 쟁점을 ‘이해’하면서 외우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목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그러한 경우에 대한 짧은 상상의 작업을 덧붙여둬야 합니다.

모쪼록 본서가 「로스쿨 민법 사례형의 정석」으로 학습하는 모든 분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본서가 나오기까지 도와주신 도서출판 정독 관계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2024. 6.

변호사 정연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