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이 보인다 - 그림 감정과 컬렉션』은 저자가 40여년 동안 고서점 호산방과 책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직접 경험한 고서와 그림 컬렉션에 관한 에피소드와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컬렉션의 세계 편에서는, 컬렉션이란 무엇인가, 컬렉션의 원칙, 그림 감정,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특별전: 이중섭〉 진위 논란 등 고서와 그림 컬렉션에 관한 기본 지식과 사례를 다뤘다.
호산방 명화 컬렉션 편은 저자가 직접 수집한 앙리 마티스, 오귀스트 르누아르, 마르크 샤갈, 클로드 모네, 카미유 피사로, 모리스 위트릴로, 조르주 브라크, 폴 세잔, 에두아르 마네 등의 작품 서른두 점을 사례로 감정과 컬렉션에 따른 노하우를 살폈다.
저자는 이 책의 원고를 준비하던 2023년 2월부터 한 달 동안 프랑스 파리와 베르사유,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 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오랑주리미술관과 오르세미술관, 루브르박물관 등을 들러 그가 수집한 작품들과 최종적으로 비교 감정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이 책의 발간과 함께, 이번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컬렉터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하나 있다. 살 때는 위작이라도 좋다며 헐값에 산 물건이라도, 일단 자기 것이 되면 혹시 진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호산방 컬렉션에서 작품의 선별 기준은 분명하다. 나는 그 누구라도 ‘쉽사리 위작이란 소리를 할 수 없는’ 수준 이상의 작품을 컬렉션하고자 했다.”
“사실 나는 호산방 컬렉션에 대한 갤러리스트나 컬렉터, 연구자들의 반응이 무척 궁금하다. 이 책의 출간에 맞추어 호산방 컬렉션을 완주 책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컬렉션의 세계와 의미
저자는 제1부에서 컬렉션과 감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가 이중섭·박수근의 그림 위작 사건〉과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이중섭 진위 논란〉에 대한 저자의 예리하면서도 명쾌한 감식안을 보여주고 있다.
제2부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로 유럽 명화 컬렉션에 대한 소개다. 특히 이 책의 제목으로 대변되는 세잔의 그림을 보면, 「밀짚모자 쓴 귀스타브 부아예」 「르메쉬르센에서 본 믈룅」 「강가의 작은 교회」 등 세 작품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밀짚모자 쓴 귀스타브 부아예」에 대한 평은 컬렉터로서 저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나치리만큼 과감한 표정 묘사와 색채 사용은 세잔의 다른 초상화 작품하고는 그 결을 달리하면서도 세잔의 전형적인 특질을 반영하고 있다. 팔레트 나이프를 사용한 것 같은 거친 붓질은 강렬한 색조의 대비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 작품과 유사한 또 다른 「밀짚모자 쓴 귀스타브 부아예」 초상화(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는 호산방 소장 작품이 세잔의 작품일 가능성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는 프레임을 포함하여 작품의 정면만을 보게 되고, 도록이나 미술 서적에서는 프레임마저 제거된 작품 사진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관객이나 독자는 작품의 진위 논란에 대해서는 거의 끼어들 여지가 없게 된다.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이니, 유명 옥션에 출품된 작품이니 마치 진품임을 의심치 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그러나 박대헌의 『세잔이 보인다 - 그림 감정과 컬렉션』에서는 액자의 뒷면은 물론 캔버스에 찍혀있는 화방의 레이블, 명판, 낙서까지도 선명한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진위 감정에 첫째 조건이라는 것이 저자의 철학이다.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소장품에 대한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의 컬렉션에도 문제점과 한계점은 있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소위 공인된 기관의 감정 없이는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설령 작품의 진위에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도 유명박물관의 소장품이거나 공인된 기관에서 감정을 거쳤다면 진품으로 행세하기도 한다.”
이런 고백을 통해 저자는 그림에 대한 막연한 권위나 잘못된 식견으로 독자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에 이 책은 당신도 컬렉션을 잘할 수 있다는 격려로 끝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