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퀴즈 온 더 블록〉 화제의 인물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추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은 인간이여, 공학적으로 사고하라”
공학자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
파리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테궁의 생트샤펠 성당에 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향해 쏟아지는 빛이 아름답기로 이 성당은 예술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담긴 곳이지만, 저자는 이곳이야말로 공학적 사고의 정수가 그대로 담겨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 성당이 세워진 13세기를 떠올려보자. 건축 일을 맡은 작업자는 비례를 구하는 수학은커녕 글을 배우지도 못했다. 당시에는 표준화된 척도가 새겨진 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쇠막대와 분필, 밧줄만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블록으로 쓸 석재의 품질을 평가할 만한 일말의 지식도 없었다. 심지어 그런 기준이 있을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 세기를 지나도 살아남을, 드높은 성당을 지어냈다.
공학에는 이처럼 목표만 있을 뿐 정해진 과정도, 분명한 절차도 없다. 자칫 어설프고 투박해 보이지만, 오직 공학만이 다른 학문이 여전히 밝혀내지 못하는 범위를 넘어서 세계를 변화시켜왔다. 저자는 이 지점이 바로 공학이 가진 매력이자, 우리가 공학을 교양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작은 고무 링은 어떻게 생겨나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을까?
교양 공학에 관한 수준 높은 통찰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챕터에 걸쳐 우리 세계를 형성하기 위해 공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시공간을 쉴 새 없이 넘나들며 펼쳐지는 전개에 한번 펼치면 이 학문의 매력에 몰두하게 된다. 이 책이 특별한 점은 비전공자에게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공학적 방법을 인문학적 관점이 담긴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쉽고 친근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만나는 공학자의 모습은 꽤나 인간적이다. 젊은 시절 한 사고를 목격한 뒤 더 이상 비극을 만들지 않기 위해 40년간 연구해온 O링 발명가 크리스텐센, 남성의 신체에 맞게 설계된 기존의 자전거에 불편함을 느끼고 여성에게 편한 자전거를 발명한 테리, 유체 운동이 일어나는 원인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어도 이 운동의 효과를 이용할 방법을 알아낸 레이놀즈, 여성의 집안일을 덜어주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개발해온 레이시온의 공학자들까지. 저자는 발명가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들여다보고, 공학 설계로 어떻게 사회적 편견을 해소해야 하는가 하는 사회적인 부분까지 망라한다. 상세하고 친절한 도판을 통해 발명품이 구동하는 원리도 익힐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공학이 추구하는 것은 모두 ‘인간’과 닿아 있음을 소개하며, 불확실성을 넘어 지금 최선의 해답을 찾아나간다는 점에서 우리 삶과도 닮아 있음을 짚어낸다. 완벽한 이해가 없어도 이전에는 없던 해법을 추구하는 공학을 공부하는 것은 곧 우리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의 글을 따라 기원전 17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군분투해온 공학자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공학적 사고 능력을 갖추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특별한 도구를 얻게 된다.
탄산음료 캔, 컬러 사진기 등 우리 주변의 물건으로 탐구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문제 해결의 철학
공학은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인공 지능, 생명 윤리, 기후 변화 등의 논란이 제기된 지도 오래된 지금, 과학은 이미 교양이 되었다. 과학적 사고를 일상에서 배재하기란 어려운 시대다. 얼핏 보면 공학은 그저 ‘응용과학’처럼 보이고, 과학적 사고 안에 공학적 사고가 존재한다는 관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듯, 수 세기 동안 공학자는 완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세계에 혁명을 가져온 건물과 장치와 시스템을 건설해왔다. 과학이 질문을 내놓고,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며 진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동안, 공학자는 과학적 지식의 한계보다 항상 조금 더 바깥에서 일해왔다. 공학자는 과학의 발견을 기다릴 수 없다. 더 나은 휴대전화, 의료는 바로 오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학은 이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불확실성이 만연한 곳에서 문제와 씨름한다. 공학적 사고를 체현하고, 그 방식에서 삶의 해답을 찾는 것.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맞닿아 있는 이 학문을 가까이하는 것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의 태도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공학적 사고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이 생각법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구성한 특별부록이 도움이 될 것이다. 불확실성은 일반적으로 부정적 특성으로 간주하지만, 또한 공학의 근본적 부분이기도 하다. 공학자는 미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불확실성이 유용하다면 어떤 경우 그럴까? 공학적 마음가짐을 내 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공학의 재미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학을 통해 인생의 방향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