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 대신 관찰하고 질문해요
누구나 인생에서 거북이처럼 옴짝달싹 못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린이가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찾아온다는 것을 잘 모르기도(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어린이의 감정은 투정 정도로 치부되고 만다.
다른 동물들이 거북이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은 어른들이 옴짝달싹 못 하는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오리, 캥거루, 아르마딜로는 거북이에게 도움이 되라고 조언을 주지만, 공감이 빠진 말뿐이다. 누가 봐도 옳은 조언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좌절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주머니쥐는 거북이를 어떻게 대했나 살펴보자.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을 관찰하고, 거북이에게 뒤집혀 있는 게 괜찮은지 질문한다.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공감해 주세요
도움을 주거나 무언가를 해 줘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주머니쥐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공감으로 다져진 질문은 비로소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거북이는 주머니쥐의 질문에 자신의 몸 상태뿐 아니라 마음이 어떤지까지 말하게 된다.
대부분 상대방의 상황은 알아도 마음까지는 잘 모른다. 물어봐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공감이 된다. 주머니쥐는 거북이에게 질문하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곁에 있어 준다. 어린이의 마음을 단정 짓지 않고 질문해 보자. 내 마음을 궁금해하고 알아주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어린이는 질문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천천히 인지하고 어린이의 언어로 털어놓게 될 것이다. 거기에 주머니쥐처럼 농담으로 배꼽 잡고 웃는 순간을 곁들인다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다시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챙기고 돌보는 방법도 담겨 있어요
줄리아 밀스 작가의 그림은 간결하고 맑지만, 힘 있는 선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옴짝달싹 못 하겠어!》는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이야기가 연결되고 이야기에 숨은 비유와 사랑스러운 거북이 캐릭터까지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그 감정을 깊이 탐구하고 존중하면서 ‘옴짝달싹할 수 있게’ 되는 문을 스스로 열고 나오기를 바라며 책을 지었다고 한다.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기분이 들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담겨 있다. 어린이가 스스로 마음을 챙기기 위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안내되어 있다. 마음이 어딘가에 꼭꼭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책에 나온 방법을 따라 해 보자. 여러분은 야무진 거북이 아닌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북이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 주머니쥐와 함께라면 분명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