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곁의 사람, 책 너머의 사람들
책은 결국 사람과의 대화다
문해력 논란은 물론, 독서율이 급감한다는 소식이 놀랍지도 않다. 독서의 필요성을 모르는 이가 없건만 정작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 단언컨대 책을 통해 그 너머의 삶을 만나는 기회도 줄고 있다.
그런데 유럽의 풍경은 우리와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뒤를 이어 조앤 롤링이 등장한 영국은, 제3의 셰익스피어를 기다리며 문학가를 존숭한다. 지중해 크루즈든 미술관이든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해변에서도 책을 펼쳐 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게 비단 몇몇 도시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한국인에게는 생경한 에스토니아의 탈린, 발트해 연안의 아름다운 이 도시는 광장은 물론 허름한 길가의 골목조차 책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책을 자기 키만큼 쌓아두고 읽는 책벌레가 넘쳐난다.
지역 불문, 장소 불문, 유럽의 책장 곁에는 다정한 ‘사람’이 있다. 유럽의 그 흔한 소매치기도, 불쾌한 인종 차별도 먼 나라 얘기가 되는 이곳. 책을 좋아하는 이는 타인의 삶을 존중한다. 결국, 책장 곁의 사람이 우리의 손길을 책으로 이끈다.
다정한 말 한마디. 책에 담긴 작가의 진심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마음. 그것이 바로 유럽의 작은 서점과 도서관이 지닌 미덕이자, 유럽인이 책을 가까이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책 속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그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노력, 그 마음을 전달하는 책장만이 독자의 발길을 이끈다. 그것이 ‘유럽의 다정한 책장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작가는 말한다. 문해력 위기는 결국 글자 너머의 사람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책에 대한 무관심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이 책은 우리가 왜 읽어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책의 현재와 미래,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한다면 주저 없이 이 여행에 함께하길.
“왜 읽고 쓰는가? 책의 숨은 목적은 활자 너머로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소통에 있다. 읽는 건 책일지 몰라도 궁극으로 읽고 이해하려는 것은 사람이다. 문해력을 외면하자 늘어난 건 무례와 불통과 인간성 상실이 아니었던가. 더 이상 인간은 서로 말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며, 마주하지조차 않게 되었다. 조만간 책이 유물이 되는 날 그 옆에 같이 전시될 유물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 ‘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