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삶의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인생의 고통과 실패는 도처에 있으며 방황은 불현듯 찾아온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며, 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적셔줄 반가운 책이 출간되었다.
우선 이 책은 철학 책이다. 그러나 단순히 인물과 사상을 분류해서 ‘갤러리에 전시하는’ 소개하는 철학사 책은 아니다. 누구든지 쉽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에세이다. 니체의 니힐리즘을 근간으로 저술되어 있으므로 니체 철학을 쉬운 우리말로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특히 반가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철학 책이라기보다는
마음 수양 책에 가깝다.
경쟁 사회에서 타인이 정해 놓은 게임 규칙에 따라 돈, 권력, 학벌, 외모, 명예를 목적으로 삼는 인생에서, “도대체 왜?’, ‘다른 인생이 있어?’라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에게, 삶이 무겁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자유로운 정신으로 그들의 마음에 힘을 준다.
이 책 말미에 붙은 출판사 편집자의 편집 후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이 책을 읽고 편집하면서 환상 특급을 타고 깊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체로 철학책을 티켓 삼아 떠나는 여행은 역사를 빛낸 인류의 스승을 찾아 그들의 발자취와 사상을 체험해 보는 여행이며, 말하자면 과거를 공부하는 시간 여행입니다. 그런데 저한테 이 책은 달랐습니다. 마치 우리는 그저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되고, 과거에 살던 인류 스승들이 찾아와서는 우리를 위로해 주는 시간 여행이었습니다.
우리는 존재 이유와 삶의 목적에 대해 심한 갈증을 느낍니다. 저자는 그런 현대인의 목마름을 적셔 주기 위해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합니다. 독자를 배려하기 위해 너무 깊게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얘기는 구슬 꿰듯 꿰어놓습니다. 어려운 말을 피하면서도 제대로 지식을 전합니다. 그 지식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덕분에 동서양의 지혜가 우리 삶과 긴밀해집니다. 니체의 니힐리즘 관점으로 수천 년의 인류의 사상을 정리하면서도, 저자는 독자들이 니체의 표현에 묶이지 않고 니체를 넘어서는 니힐리스트로 살아가는 법을 제안합니다. 이 책에 새겨진 저자의 인상적인 제안에서 더 많은 사람이 독서의 즐거움과 인생의 위로를 얻기를 희망합니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철학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버트런드 러셀의 문장력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러셀이 〈서양철학사〉 서론에 쓴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 책의 편집을 마칩니다.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지 않고 의연히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철학이 지금도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