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상처받지 않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연령별, 시기별 결정적 책들!
“선생님, 저는 수학이 너무너무 무서워요. 아직도 수학 시험 보는 악몽에 시달립니다. 제가 수포자라 아이를 잘 지도하지 못한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 중 수학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수학을 배우며 받은 상처를 대물림하는 어른들은 점점 수학과 멀어진다. 수학이 두려운 마음에, 우리 아이도 수학을 못할 것 같아서 과잉 교육을 하거나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 중, 한 엄마는 특성화고를 준비하던 아이가 갑자기 대학에 가겠다고 해 노심초사했다.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해서 갈등인 집이 많은데, 오히려 아이가 대학에 가려고 해서 걱정이었다. 아직도 수학 시험 보는 꿈을 꾼다는 이 엄마는 그런 악몽을 아이가 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저자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를 추천했다. 수학에 대한 트라우마를 조금이라도 치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수학 공부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정서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는 첫 파트가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수학을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미취학, 초등 저학년, 초등 중학년, 초등 고학년까지 4단계로 나눈다. 수학이라는 세계에 접근하는 4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수 개념부터 수의 성질, 분수, 도형, 시간, 논리, 어휘 등 수학에 대한 기초 공사를 다진다. 수학에 호기심을 키워야 하는 미취학 아동에게는 숫자와 친숙해지는 책을 소개한다. “어떤 아이든 수를 세고 숫자를 익히기 시작할 때가 있다. 보통 100까지 나와 있는 포스터를 벽에 붙여두고 같이 읽으며 수를 익히게 하지만, 그 전에 수를 이미지로 보여줘야 한다. 숫자는 기호이고, 그림은 기호로 가는 중요한 연결 고리이다.”
특히 초등수학은 진도만 나가면 안 된다고 당부한다. “몸에 개념을 새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수학적 사고는 머리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익혀야 단단하게 자리 잡힌다. 이를테면 일정한 규칙에 따라 그리고, 오리고, 접는 만들기 책을 활용하면 수학을 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익힐 수 있다. 또한 퀴즈나 퍼즐 같은 놀이도 추천한다. 추론 능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도구가 없다. 뭐든 공부하듯 하지 말고 놀고 즐기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몇 쪽씩 읽기’ 같은 계획이나 목표는 절대 세우지 말 것!
누구나 한 번쯤 세상이 궁금할 때가 있다!
수학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수학은 왜 배울까요? 제가 사는 동안 수학 써먹을 데는 마트 갔을 때밖에 없었고, 요즘은 바코드로 다 하니까 그마저도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도 수학을 배워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자신은 수학과 무관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충분히 잘 산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 일상이 어떻게 수학자들에 의해 설계되어 있는지 알게 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부터 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는 CT 촬영, 주식 그래프, 자율 주행, 심지어 기후 위기에도 수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물건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따지는 행위도 사실은 수학적인 행위다. 여행 일정을 짜는 게 즐거운 사람도 이미 수학을 즐기고 있다. “누구든 태어나면서부터 수학을 싫어할 리는 없다. 태어날 때는 수학을 모르니까. 아이들은 숫자를 좋아하고, 무한의 끝을 궁금해하며, 수학이 던진 퀴즈를 맞힐 때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학을 편 가르기 하는 학문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수학을 오해한다. 재미없고, 어렵고, 영재나 천재들의 전유물이라고. 그래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롭다. 우리는 수학을 잘해야 하지만, 좋아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어디 가서 수학 이야기를 하면 별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한 가지 영역을 깊게 파고들다 보면 결국 만나게 된다. “제멋대로 따로따로 흩어져 있는 것들, 혹은 서로 절대 만날 수 없어 보이는 것들 아래에는 그것들을 한데 묶는 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라는 나무의 뿌리에는 수학도 있다. 수학을 모르고 정치사나 과학사, 예술사를 온전히 알기는 어렵다. 아쉬움을 느끼면 채우고 싶어지고, 그렇게 채우면서 우리는 더 넓고, 깊게, 교양을 쌓아간다.” 역사책을 읽듯이 수학사를 읽고, 소설을 읽듯이 수학자의 일대기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이 잘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수학을 하나의 이야기로, 철학으로, 역사로 접근하면 된다.
한 수학자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처음 이해했을 때의 심정을 떠올렸다. 자신의 인생을 그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비통한 감정을 누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우리가 수학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수학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음악이나 미술을 감상하는 것처럼 수학도 교양이나 휴식처럼 느낄 수 있다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세계가 열릴 것이다. 수학이라는 그토록 아름다운 세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