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과 온정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현실적인 행복을 위한 266가지 아포리즘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우 행복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은 국내에서 엮은 쇼펜하우어 교양서들과 달리 쇼펜하우어의 본고장 독일에서 직접 대중을 위해 기획하고 엮은 아포리즘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엮은이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는 브레히트, 아도르노, 벤야민 등 세계적인 지성들의 책을 소개해온 독일의 유명 출판사 ‘주어캄프’ 편집자 출신으로 쇼펜하우어의 핵심을 담은 266개의 문장을 엄선했다. 번역은 쇼펜하우어 철학서 원전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을 포함한 다수의 독일 철학서를 번역한 홍성광이 맡았다. 그는 쇼펜하우어를 ‘연민과 온정의 철학자’로 명명하며 독자들이 익혀야 할 쇼펜하우어의 숨겨진 정수를 전달한다. 이 책은 총 7부 구성으로 1, 2, 3부는 한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행복과 가치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4, 5, 6부는 자연물을 포함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 지침을 담고 있다. 마지막 장인 7부는 인간의 필멸성과 끝내 우리가 맞이할 죽음을 바라보는 쇼펜하우어만의 아름답고 차분한 통찰로 끝맺는다.
흔들리지 않는 길잡이, 당신만의 존재 가치로
고통의 인생행로를 즐기며 나아가는 법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고독한 상태에서
자신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드러난다.”
쇼펜하우어는 비관론자가 아니라 자유분방한 정신의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스트레스와 절망, 불행, 심지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치료법은 다른 곳이 아니라 당사자 자신에게 있다고 확신하면서 내면의 상태를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가치의 기준을 타인에게서 구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가져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복과 불행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달려 있다. “삶 자체가 고통이긴 하지만 삶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더 고통스러워질 수도 있고 덜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행복이나 불행에 대한 상상력은 모래성과도 같”으므로 “우리는 상상력으로 모래성을 쌓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나는 나 혼자만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이 무엇보다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 생각한 것만 진정한 가치가 있을 뿐이다.” “인간 그 자신을 이루는 것, 아무도 그에게 주거나 빼앗을 수 없는 것이야말로 그가 소유하거나 남의 시선에 비친 그의 모습보다도 분명 더 중요하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이며, “나의 즐거움과 나의 기쁨은 꽃이 핀다는 데에, 내가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고독하지만 이어져 있는 우리,
나와 세상 모든 존재의 연결성 속에서
죽음과 불행에 대한 위로를 얻는 법
“우리가 꾸는 삶의 위대한 꿈은
어떤 의미에서 오직 단 하나, 삶에 대한 의지이다.
단 하나의 존재가 꾸는 큰 꿈이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이 그 꿈을 함께 꾼다.
따라서 모든 것이 서로 맞물려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
엮은이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가 후반에 가려 뽑은 쇼펜하우어의 구절들은 “세상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관계있다는 위안과 깨달음을 전달”하며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 속에 세계의 전체 중심이 들어 있다”는 생명의 본질적인 평등함과 동일성을 일깨운다. 앞서 나만의 행복과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자기 자신을 위해 붙인 촛불만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빛난다”는 말로 이어지며 “모두를 위해 생각하고자 한다면 그대 스스로를 위해 생각해야 한다”는 타인을 향한 연민과 온정을 비춰낸다. 그는 단단하고 강한 자아에서 우러나오는 연민과 사랑을 최우선의 덕목으로 삼았다. 따라서 개인적인 목적이 아닌 객관적인 목적, 즉 공공의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만이 위대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가 고통받지 않게 해주시옵소서!’”라고 외치며 자연을 옹호하고 개를 평생의 벗으로 삼았으며 동물 학대를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그에게 연민과 사랑은 타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세상 모든 타자 안에 이미 나 자신이 존재하기에 그는 죽음 이후에도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것 속에서 영속”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선한 마음은 삶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특성이 된다. “나의 진정한 내적 존재는 나 자신에게만 나타나는 것만큼 모든 생명체 속에 직접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존재는 죽음을 통해 절대적인 소멸을 겪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 전체와 함께 존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