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에 대한 대표작으로나 “입덕서”로 각각 여러 책을 꼽을 수 있겠는데 이 책은 그 어느 쪽으로 추천받은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 책만큼 사람들에게 좋은 루이스 입덕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아무리 『순전한 기독교』가 루이스의 최고의 책이라고 그래도 어떤 이는 그 책을 집어 들고 몇 장 읽다 보면 졸음이 쏟아져 내릴 수 있다. 특히 요즘같이 호흡이 긴 글을 읽는 것이 힘든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른 루이스의 긴 글들, 두툼한 분량의 책들이 힘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저자가 재미있게 때로는 짓궂게, 그러나 마음은 항상 따뜻하게, 온 편지들을 하나도 “읽씹”하지 않고 답변하는 멋진 사람의 글들이다. 끊임없는 치통과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해 서로 얘기하다가 루이스 자신의 책을 포함하여 여러 책을 안내하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루이스가 내게 편지를 보냈다면 뭐라고 했을까 상상하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루이스와 친구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홍성사에서 2009년에 한차례 출간되었다가 지금은 계약종료와 함께 절판되었다. 역자의 원고를 받아들고 원문 대조를 해나가면서 홍성사 판과 비교하며 새로이 이 책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 중에 이전 판에서는 놓친 중요한 오류들도 여러 곳 바로잡게 되었고, 영국식 편지 쓰기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한 본문 디자인의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하게 되었다.
이 편지들에는 [단순히 신앙인 루이스만이 아니라] 인간 루이스의 면모를 엿보게 하는 대목들 또한 적지 않다. 고양이와 개, 봄을 알리는 뻐꾸기 울음소리와 크로커스를 사랑한 루이스, 아침상을 직접 차리고 자신이 사랑한 “눈 비비고 일어나 맞는 한적하고 고요한, 이슬 머금은” 이른 아침 시간에 여러 허드렛일을 하는 루이스, 조만간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다가 곧 홀아비가 될 것이라고 알리는 루이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조이의 암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말하는 루이스, 그녀의 죽음에 극심한 충격에 사로잡힌 루이스 등을 말이다. - 클라이드 킬비의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