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중국 전문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의 최신 보고서
오늘날 중국공산당은 민간 기업들에 대한 통제와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당의 전략에 부합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독일의 중국 전문 분석기관인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로, 새로운 통치 모델 및 경제 발전 모델을 추구하면서 복잡한 전환기를 겪고 있는 시진핑 치하의 중국을 묘사한다. 중국의 이러한 도전은 중국과 전 세계 간 관계에서 충돌을 빚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2049년까지 중국을 선도적인 글로벌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시 주석의 야망을 반영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당의 전략에 발맞추는 중국 기업들 분석
이 책은 국가 자본주의였던 기존의 중국이 시진핑 체제에서 당-국가 자본주의로 변화한 데 대해 ‘주식회사 중국(China, Incorporated)’에서 ‘주식회사 중국공산당(The Party, Incorporated)’으로 탈바꿈했다고 선언한다. 이는 경제 문제를 국가 안보 수준으로 격상시킨 당-국가 자본주의가 출현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민간 기업은 국내 안보 목표를 지원하는 핵심 주체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기업도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중국공산당은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경제 주체들을 재편하기 위해 정책과 규제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기업 사례가 알리바바와 텐센트이다. 알리바바는 베이징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탄압을 당한 후 당-국가의 의제에 완전히 부합하도록 사업 부문을 6개의 별개 법인으로 분할했고, 텐센트는 게임 부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당국으로부터 여러 가지 규제를 받은 후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공산당이 채찍, 즉 단속과 시정 캠페인, 기업공개 차단, 규제 집행 등을 가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당근, 즉 보조금, 저렴한 자금 조달, 리틀 자이언트 이니셔티브 등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상세히 보여준다.
‘주식회사 중국’에서 ‘주식회사 중국공산당’으로 탈바꿈하는 시진핑 체제
최신의 중국 연구 보고서인 이 책은 정확한 자료와 다양한 사례로 중국의 현주소를 심도 있게 진단한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전임자들의 정치경제 규범에서 꾸준히 탈피했다. 이전 시대가 개발 중심의 정치경제로 통치되었다면, 시진핑이 내세운 신시대(新時代)는 지정학 중심의 정치경제로 통치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시진핑의 정책은 개인과 민간 기업의 이익이나 복지 증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과 군사력을 포함한 국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경제적 목표에 의해 점점 더 동기가 부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유럽과 기타 자유시장경제 국가들이 중국에서 작동하는 이런 시스템적 차이를 인정하고 중국 시장 내에서의 입지를 방어해야 하며 글로벌 남부 시장에서 취해 온 수세적인 자세를 공세적인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유럽 어느 나라 못지않게 광범위하고 깊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