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가곡을 한줄 짜리 카논까지 빠짐없이 수록한 독한대역본은 우리나라에서도 최초일 뿐 아니라, 독일가곡 애호가가 많은 클래식 음악 선진국, 일본에도 없는 슈베르트 가곡의 총집합 사전이다. 해외 가곡전집으로는, 《‘Hyperion 사’의 “슈베르트 에디션”》에서 해설을 맡은 그레이엄 존슨이 쓴 〈독영대역 슈베르트 가곡전집(총631곡이 수록된 책으로서 해설까지 곁들여 슈베르트 가곡을 총망라했다고 평가됨)》은 나와 있지만, 수록된 가곡의 숫자상으로 보자면 이 〈독한대역 슈베르트 가곡 전집〉이 훨씬 우세하다. 이 책에 수록된 가곡은 YOU TUBE에 제목을 입력하면 (몇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슈베르트를 ‘가곡의 왕’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슈베르트 이전의 가곡들은 모두 유절형식의 가곡들이었다. 즉 1절부터 2,3,4절이 모두 가사만 다를 뿐 선율은 똑같은 가곡이었다. 슈베르트에게도 유절가곡이 적지 않지만, 그는 독일 가곡 최초로 통절형식의 가곡을 썼다는 점에서 가곡 형식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할 수 있다.
(사실 슈베르트 이전의 모든 가곡들은 시의 의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슈베르트는 최초로 ‘가사’ ‘멜로디’ ‘반주’가 삼위일체가 되는 혁신적인 가곡(당시로서는 현대음악)을 만들었다. 괴테는 자신에게 헌정된 가곡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슈베르트가 죽은 뒤에야 자신의 시에 음악이라는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가곡, 〈마왕〉을 듣고 감탄했다고 한다.)
특히 피아노 반주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과거에는 성악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었지만, 슈베르트에 이르러서는 피아노 반주만으로도 독립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역할이 두드러진다. 그리하여 가사(시)의 표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율과 리듬으로서의 노래, 가사 내용, 그리고 피아노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성격이나 감정, 주변 풍경, 자연의 소리 등을 피아노 반주만 듣고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감성에 섬세하게 감응하여 시와 완벽하게 합일되는 시인이자, 화가이며 음악가였다.
기악 연주에는 천재가 나타나지만, 성악가 중에는 천재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악곡, 특히 가곡은 가사 내용을 가슴 깊이 공감하여 표현해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가사의 의미를 깊이 파악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성악가에게는 청자의 가슴을 울리는 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사의 뜻을 올바로 파악하고 감정 이입을 위해 혼을 바치는 연습과 노력을 엄청나게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타고난 성악천재라는 호칭을 붙일 수 없다는 뜻이다.
작곡을 할 때에도 시의 의미를 가슴 깊이 공감하느라 같은 장소를 하루 종일 왔다 갔다 거닐면서 시를 쓴 당시의 감정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베토벤이나 슈베르트를 생각한다면, 가곡을 목소리라는 악기로 표현하는 가수들도 역시 그러한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시의 의미 뿐 아니라 발음의 묘미도 무척 중요하다.
이렇게 시의 의미와 원어의 정확한 발음이 중요할진대, 외국어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우리말 가사로 부른다면, 판소리 춘향가를 전라도 사투리가 아닌, 경상도나 평안도 사투리로 부르는 것과 같이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없다. 그러한 까닭에 가창을 하는 사람이나 감상하는 사람들, 모두 원어로 부르고, 듣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하지만, 우리말의 뜻도 모르면서 원어로만 부르거나 듣는다면, 원어민이 아닌 바에는 선문답禪問答을 주고 받는 것과 같다. 이것이 〈독한대역본〉, 혹은 〈원문-한글 대역본〉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에 출간된 〈초판〉에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을 다시 한번 검토하면서 그러한 부분은 독문학 전문 권위자의 세심한 자문을 받아 수정하였고, 〈초판〉에서 빈칸으로 남겨두었던 라틴어 부분과 종교음악에서 사용되는 가톨릭 용어도 역시 라틴어 전문 대가의 손을 거쳐 채워 넣었으면서 거듭 미진한 부분을 수정했다.
그리고 독일어나 한글 부분의 오자나 탈자도 모두 수정하였고, 초판에서 1,2연만 수록되어있는 가곡의 가사도, 3,4,5연의 가사까지 더 찾아 넣은 곡이 상당수 있으므로, 이 책을 〈수정증보판〉이라 이름한 것이다.
그리고, ‘문학작품 속의 시詩에 붙인 가곡들’의 경우에는 해당 문학 작품의 내용도 간략하게 요약하여 소개하였고, 그 시에 덧붙이는 주석도 더욱 풍부하게 덧붙여 넣었다.
〈뮐러〉의 연작시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는 원래 25개의 시詩가 있었으나, 슈베르트는 20개의 시에만 곡을 붙였기에, 나머지 5개의 시를 찾아내어 이곳에 수록했다는 점이 여타 번역본과 다른 점이다.
이 책은, 성악전공자들에게는 중요한 길잡이가 될 수 있고, 독일 가곡을 비롯한 서양고전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 그리고 서양고전음악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 또는 새로이 독일예술가곡을 공부하는 초심자들에게는 교과서 또는 사전 같은 책으로서, 가곡과 친해질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되리라 믿는다.
또한, 2023년 10월에 출간된 《원문-한글 대역 베토벤 성악곡 전집》, 역시 베토벤의 성악곡을 총망라하여 작품번호별로 정리한 사전과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