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K팝, K드라마, K웹툰, K컬처 등등 한국의 대중문화엔 ‘K’가 언제부터인지 붙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한류’라는 용어가 생기고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도 30여 년이 되어 간다. 1990년대 말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시작된 한류는 다양한 변곡점을 거쳐 2020년대에는 글로벌 대중문화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류를 향유하는 민족과 인종, 그리고 지역과 대륙이 증가하면서 한류를 둘러싼 새로운 관심사와 이슈가 등장하였다. 한류를 처음 접하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한류는 각각 다른 첫인상과 기억을 남기게 된다.
한류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한류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한류가 문화적·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어서만이 아니라, 그동안 글로벌 대중문화를 독점해 온 서구 대중문화, 좀 더 구체적으로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성과 일방향성에 균열을 내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아시아로 흘러가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유행과 수용 양상이 전 지구적인 반향과 유행을 만들어 내어, 다양한 집단, 민족, 인종을 연결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러한 한류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 [한류 탐색: 역사와 이론]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한류를 들여다보는 다양한 관점 가운데 세 가지에 특히 주목하길 요청한다. 첫째,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 현상이면서도 동시에 국경을 넘어서는 초국가적 문화 현상이다. 그래서 한류는 한국적인 특성과 초국가적인 특성을 시기와 맥락에 따른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한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며 한류를 소비하고 즐기는 실천과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 문화 현상이다. 한류는 시기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경험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중문화의 생산-유통-소비라는 전체 과정에 개입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유되는 현상이기에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한류와 대중문화를 국가 간 대결 혹은 위계를 설정하는 수단이 아닌 사람 간, 집단 간, 사회와 국가 간 이해를 높이는 기회로 여기길 권한다.
한류는 한국만을 위한 문화 현상이 아니라 월경越境하는 문화 흐름과 사람의 이동에 관하여 새로운 이슈를 던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문화 현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국가의 경제나 영토 확장으로 보려는 관점과는 거리를 두며 한류가 매개하는 다양한 이슈를 국내외 맥락에서 조명하고 있다. 또한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한류 현상을 소개하고 이슈를 논의하는 동시에 문화연구의 주요 개념을 서술하였다. 이 책을 통하여 대중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이론과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를 기반으로 한류 현상과 초국적 문화의 흐름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