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을 울려 중심을 바로 잡고자 한 박철영 평론가는 지역(변방)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문학에 열중하고 있는 시인들과 어려운 여건에서 시 창작의 열정을 담아 엮어낸 시집 속 시편들의 진정함에 주목하고 있다.
박철영 평론가는 평론을 하기 이전부터 시를 먼저 써왔다. 그동안 문학판의 불합리한 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불편한 마음이 컷을 것이다. 그러한 문학 환경을 바꿔보려는 진정한 마음이 평론집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또한, 문학인 이전 현장에서 노동자의 삶으로 살아온 37년여의 긴 시간도 녹녹지 않은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시도 노동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함께 한 문학과의 고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평론집에 실은 시인들의 면면이 광주 전남의 다수 시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학은 견고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건강성에 기인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책머리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앞으로도 필자가 바라보는 지점은 상식 있는 시인들이 잘못된 세상을 바꿔보려 했듯이 문학을 통해 진전되어 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한 시들을 만나려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안’ 이란 표제는 매우 큰 것으로 ‘시’의 ‘안’에 깃들어 있는 시인 정신과 시대 맥락의 혜안까지 통찰하려 한 미래까지를 함의하고 있다. 또한, 시가 가져야 할 안목과 와해된 사회 공동체 의식과 정서가 문학을 통해 완화되거나 회복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뇌와 그 시의 문장들이 용해되어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어떻게 통기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금번 평론집은 제1부 〈반향, 그리고 사유가 낳은 발화〉에서 조선의, 김두례, 신양옥. 피귀자, 김순효, 진영대, 임혜주 제2부 〈여울을 돌아 나온 담론〉에서 이학영, 조영심, 김해자, 김미승, 성미영, 김황흠, 정선희 제3부 〈이유 있는 발화〉는 박수림, 이민숙, 오미옥, 서수경, 김기홍, 고영서, 곽인숙, 김도수 제4부 〈시간을 관류한 언어망〉 은 박수원, 이지담, 양종화, 이은유, 석연경, 김계식을 통해 시적인 발화로 결과된 시를 보며 그 안에서 사유된 상상력이 어떻게 현상으로 재현 진전되는가와 그 안에 담긴 시의 진정함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박철영의 평론집 『시안』을 주목하는 것은 문학적 위의와 담론에서 지역(변방)의 시인들이 결코 소외될 이유가 없다는 것과 어차피 시가 사람의 마음속에서 나온 것이니만큼 그 또한 공감을 통해 사람의 마음으로 파동 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으로 시에 담긴 세계 안에서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새겨본다.
그 말의 심층을 부언하듯 표 4에서 “한 권의 시집은 감각을 통해 내면화된 시적 대상과 마음이 통어한 혼신의 결과이다. 매 문장이 내포한 시적 심연은 찰나란 순간의 충동을 넘어 선 정황과 고도의 집중을 거쳐 긴장과 여유로 포화한 뒤 감정 본능으로 변주한 내적 행동의 기호를 통한 집약체다. 언어 발현도 결국 감정의 흥분을 절제하는 감각의 반응 결과로 볼 수 있다. 시가 사물로부터 전이된 감성을 자극하여 발현한 것으로 본다면 시인들의 시 전체를 일컬어 체험적 반응에 대한 정서가 이행된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시의 형상으로 현재화된 문장에 등장하는 화자를 통해 보여 주려 한 또 다른 주체는 전달력의 확장을 얻고자 한 개연성의 문제까지를 감안한 것이다. 문득 치달아온 현재의 시간은 사라져 버린 과거와 연속성의 괴리감을 완만하게 주체인 자아와 교감한 외연까지 함의한다. 풍경으로 다가오는 시간의 실체와 그 안에 존재하는 사유의 보폭들이 감각적인 이미지와 융합을 이뤄 또 다른 시의 정서를 확장해 간다면, 시가 담아내고자 한 의도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다.”라며 본문 중에서 긴히 인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