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영원한 인간의 화두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인간이 언어를 배우고 자신의 존재와 세계를 인식하면서 품은 근원적인 의문일 것이다. 때로는 우스갯소리의 소재로 쓰일 만큼 친숙한 이 질문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영원한 화두가 아닐까. 인간은 쉬지 않고 물질문명을 발전시켜 온 것만큼이나 인간 존재와 세상 만물의 근원, 그 원리와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탐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우리를 인도해 줄 수 있을까. 철학, 오로지 철학이다”라고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듯, 살면서 앞이 보이지 않거나 삶이 덧없는 듯 느껴질 때,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우리는 같은 문제들로 고민했던 철학자들에게 답을 구하기도 한다. 철학은 멀리,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곳에, 철학자들의 머릿속에 어려운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를 둘러싼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그 탐구의 과정 모두가 바로 철학이다.
서양철학사의 대표적인 50가지 개념과 이론
이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철학 개념 중 대표적인 50가지를 선별하여 소개한다. 그러므로 여기에 등장하는 개념들은 모두 수많은 철학자가 고민하고 연구해 온 흥미로우며 중요한 주제들이다. 또한 50가지의 개념과 함께 여기에 등장하는 철학자들 역시 서양철학사를 대표하는 탁월한 선구자들이다. 그런데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의 유명 철학자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칸트와 흄, 로크의 사상이나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은 어떤가? 익숙할 만큼 누차 들어온 이름이지만, 몇몇 떠오르는 짤막한 경구들을 제외하면 그들이 어떤 철학적 개념을 내세우고 펼쳤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드물 것이다. 한편 중세와 근대를 거쳐 과학철학, 언어철학, 심리철학 등 그 테두리마저 세분화되는 현대철학이 다루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어디까지 접해봤을까?
이 책의 각 챕터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고대부터 끊임없이 질문해 온 다양한 주제와 중요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담고 있다. 또한 제논의 역설이나 소리테스 역설 등 철학사에 등장하는 고전적인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므로, 무엇보다 철학에 입문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다.
논쟁하고 반박하며 영향을 주고받은 서양철학의 역사
이 책은 전체적으로 초반부에서는 고대 철학을 다루고, 후반부에는 근세에서 현대까지의 철학을 다루는 연대기적 구성을 따른다. 다만 중반부에서는 선과 악, 신의 존재 등 더 광범위한 개념들을 다루었다. 50개의 챕터 안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론, 키르케고르의 인생의 3단계, 뉴컴의 역설, 게티어 문제 등 철학사의 다양한 이론과 난제들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철학 사조에 손을 들어주거나 그 장단점을 판단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사상이 나타난 맥락과 목적, 고유한 시각과 그로 인한 논쟁 및 한계들까지도 훑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철학 사상이 서로 연결되거나 상대의 개념을 반박하는 등 다른 개념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한 철학적 대답이며, 데카르트의 코기토 명제는 ‘회의주의 훑어보기’ 챕터에 나오는 피론주의자들의 공격에 대한 답변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학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사상과 개념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몇 개의 챕터에서 앞서 등장했던 철학자들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전히 철학이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입문자와 일반 독자들에게 기초적인 지식과 교양을 전달해 주는 교과서와 같은 기본서가 될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철학 사상과 특정한 철학 사조, 또는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징검다리 삼아 각 철학자의 논의에 대해 정리하고 특히 관심 분야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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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의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는 심리학, 철학, 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해 시각적인 요소를 더해 쉽고 재미있게 안내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각 학문을 정의하는 대표적인 이론부터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해당 분야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과 주장 등을 각각 50가지 키워드로 묶었다.
한 권으로 해당 학문의 주요 흐름과 내용, 중요한 실험과 연구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입문서인 동시에, 깊이를 채워주는 백과사전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줄 똑똑한 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