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경제학은 삶의 질이 1인당 GDP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무한하고 무분별한 경제 성장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경제 성장은 환경위기와 빈부격차를 초래할 뿐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부를 획득하고 소비하는 데 몰두하게 만든다.
불교경제학의 관점은 인간뿐 아니라 국가도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보며, 인간과 자연도 상호 의존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불교의 관점에서 부의 획득과 소비는 인간이 행복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불교는 행복은 부의 획득과 소비보다는 다른 인간들 및 자연과의 공생과 사랑을 통해서 주어진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가 물질적 풍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에 대한 집착을 부정할 뿐이다.
세계적인 불교경제학자 클레어 브라운 교수의 이 책은 자유시장 경제학은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환경위기와 국가 간 개인 간 빈부격차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면서 불교경제학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불교경제학’이라는 용어는 슈마허(E. F. Schumacher)가 1973년에 출간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인간 중심의 경제학 Small Is Beautiful: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슈마허는 장시간 노동과 자원의 고갈 등 소득증대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에 수반되는 문제들을 예측했다. 그는 물질적 재화의 증대보다도 개인의 성품 발달과 인간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주창했다. 슈마허의 관점에서 불교경제학의 목표는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무엇으로 행복하게 되는가? 이러한 질문은 자유시장 경제학과 불교경제학 사이에 존재하는 핵심적인 차이와 관련이 있다. 즉 두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전적으로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불교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중시하는 면도 있지만 관대하고 이타적인 면도 있다. 붓다는 모든 사람이 한없는 욕망과 불만족 같은 정신 상태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고 가르쳤다.
자유시장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본성은 자기중심적이며, 사람들은 소득과 삶의 호화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욕망의 무한한 순환 속에서 우리는 지속적인 만족을 찾지 못한 채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자유시장 경제학은 건강한 세상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지침을 주지 못하며,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소득 불평등, 환경의 위협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다. 반면에 불교경제학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인의 삶과 경제를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즉 불교경제학의 “행복해지려면 자비를 실천하라”라는 말이 자유시장 경제학의 “많이 소유할수록 좋다”라는 말을 대체한다. 또는 “모든 사람의 행복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말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라”라는 말을 대체한다. 또한 “인간과 자연의 복지는 상호 의존적이다”라는 말이 “공해는 개인이 무시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다”라는 말을 대체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불교경제학의 관점에서 자유시장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환경위기와 빈부격차의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경제정책의 목표를 GDP의 증대에서 찾지 않고 삶의 질 증대, 환경보호, 그리고 빈부격차의 해소에서 찾는다. 또한 정부가 이 세 가지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언론이 그것들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게 되면 기업과 개개인들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불교경제학"은 출간과 함께 수많은 긍정적 서평이 나올 정도로 각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경제가 현대사회에서 갖는 비중을 고려해 볼 때 불교의 관점에서 경제를 고찰하는 연구서들은 많지 않은 아쉬운 상황에서, 이 책은 경제학이나 불교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하면서도 명쾌하게 서술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학의 심각한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소비 위주와 욕망 충족적 삶에서 벗어나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