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동시
소설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답게, 이만교 시인의 동시에는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신나는 게임」 「할머니네 문방구」 「미운 참새」 「어린 사자, 태권도장에 가다」처럼 재밌는 이야기를 가진 동시는 평소 시 읽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독자들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지금껏 동시단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만교 시인의 이야기 동시는 파격적인 신선함을 선사한다.
어린이를 고민하기
이만교 시인의 동시는 그 형식이 새롭기도 하지만, 등장하는 어린이의 이미지 역시 신선하다. 심부름 가는 길을 스릴 넘치는 모험으로 만들거나(「심부름 대탐험」) 선인장 앞에서 왁자지껄 떠드는(「선생님 선인장」) 쾌활한 모습과, 미래가 어떨지 상상하며 꿈을 그리는 천진난만한 모습(6부, 나는 미래가 너무 궁금해!)은 실제 어린이와 닮았다. 엄마에게 혼날까 봐 거짓말을 하거나(「신나는 게임」) 나쁜 짓을 하는(「할머니네 문방구」) 것도 분명 어린이들이 하는 일이다.
악어가 거울을 봐도 자기 입은 너무 크고 이빨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빨에 대해 공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악어 선생님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악어새 간호사는?” 내가 묻자,
엄마가 말했다. “이빨 공부를 안 한 거지!”
내가 중얼거렸다. “악어새는 이빨이 없잖아?”
-「치과 선생님」 부분
이만교 시인은 어린이들의 ‘좋은’ 모습만이 아니라, ‘악동’ 같은 면모도 함께 조명한다. 엄마 말을 잘 안 듣는 모습이 밉살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아이들은 오히려 대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다. 어른들이 정해 둔 틀에서 벗어나 세상을 볼 줄 아는 아이들의 눈은 그래서 어른들의 눈보다 더 정직하다. 마냥 착하지만은 않은 악동 같은 모습이 진짜 어린이란 무엇인지 독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만교 시인은 입체적인 어린이를 등장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그동안 다른 동시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짜 존재하는 어린이 친구를 만난 것처럼 공감하며 즐겁게 동시집을 읽을 수 있다. 어른 독자들은 어린이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는 동시들을 통해 아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