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묵력(空山墨曆)이란 이름으로 출간되는 이 책은 서예가 남석 이성조 선생의 70년 서업(書業)을 대략 다섯 시기로 분류하였다. 40대까지의 학서기를 필두로 1980년에서 2000년까지의 서풍발현, 그 이후의 암중취호, 우주광령, 수졸회적의 다섯 편이 그것이다. 물론 편의상 다섯 시기로 나누었지만 모든 학문과 예술이 그렇듯 칼로 무자르듯 나눌 수는 없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품었던 씨앗이 노년에 다시 싹틔우듯 시기는 그 경계를 넘나든다고 보면 되겠다. 따라서 이 글의 시기별 글쓴이도 굳이 그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들의 시각으로 선생을 자유롭게 묘사한 것이다.
한 예술가와 그 작품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인연으로 시작된 이 일에 흔쾌히 동참해준 김진혁, 박진형, 이춘호, 이인숙. 박기섭 다섯 분이 참가하였다. 이 〈空山墨曆〉을 통하여 한 위대한 노대가의 진실된 모습이 일반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질 수 있길 바라며 후학들에 의해 더 깊이있는 본격적인 연구의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