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은 『108요괴의 수염』
데뷔작부터 낯선 설정과 놀라운 반전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빨아들인 『회색 인간』의 김동식 작가가 주니어소설집에서도 특유의 기량을 어김없이 발휘했다. 십 대 아이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상하고 신기한 상황이 첫 장부터 독자들을 매료시키며, 기묘함을 증폭시키는 화법과 전개, 짧은 분량 안에서도 탄탄하게 구축된 반전 역시 돋보인다. 작가가 태어나 처음으로 쓴 글을 올린 곳이 인터넷 ‘공포 게시판’이었고, 그곳에서 데뷔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이력에 비추어 보면 『108요괴의 수염』 또한 작가가 어린이·청소년 문학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백팔 요괴 중 어떤 요괴가 좋은 요괴이고, 어떤 요괴가 나쁜 요괴일까? 수박을 두드렸더니 ‘누구세요?’라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전설의 코딱지’라 불리는 코딱지는 대체 어디에 있으며, 모두 찾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김동식 주니어소설집 『108요괴의 수염』은 묘하게 빠져드는 여섯 이야기, 여섯 질문, 여섯 반전이 과감한 매력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십 대들의 소소한 일상을 파고드는 기괴하고 이상하며 신비로운 상상력이 기묘한 판타지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조성흠 일러스트레이터는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부분까지 유려하게 구현해 내며 결말에서 독자가 느낄 흥분을 배가시켰다. 특히 구도와 시점을 다양하게 변주한 일러스트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상상을 불어넣으며 비로소 함께 이야기를 완성시켜 간다.
표제작 「108요괴의 수염」은 주인공이 요괴의 수염을 108가닥 얻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에서 독자의 공감과 전율을 기대해 볼 만한 작품이다. 요괴들의 다양한 개성을 그림과 함께 상상해 보는 매력 또한 백미라 할 수 있다.
「수박의 비밀」, 「전설의 코딱지」 또한 ‘수박이 말하는 이유’와 ‘코딱지를 찾으면 일어나는 일’을 다채롭게 그려 보며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가게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요괴 육아」는 ‘밥에 물을 말아 먹는’ 사소한 순간을, 「시험지 게임」은 ‘미래를 예상하기’라는 판타지적 상상을 일상과 접목시켰다. 마지막 작품인 「강아지 복제」는 수록작 중 가장 현실성이 높은 이야기로, 생명윤리와 관련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며 마무리된다. 표지판 문구를 소재로 한 「에필로그」는 ‘상상’과 ‘이야기’의 매력을 생각해 보도록 하며 끝을 알 수 없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