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나로 존재해야 할 때 불행은 시작된다”
비교, 집착, 간섭, 대립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의 자존과 행복을 지키는 관계의 기술
관계는 어떻게 고통이 될까? 초연결 시대를 지나며 사람들은 예전보다 단절된 듯하면서도 시시각각 밀접히 연결된 채 살아간다. 온갖 정보와 경험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면서, 함께 있든 아니든 서로가 서로에게 꾸준하고 긴밀하게 영향을 끼친다. 핸드폰만 켜면 펼쳐지는 타인의 삶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자기 삶과 비교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히거나 비판과 조롱의 칼날을 쉽게 휘두른다. 고독은 더 깊어졌고, 대립은 더 팽팽해졌다.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저자 쓰루미 와타루는 인간관계의 모든 문제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원래 잔혹한 존재다. 그러므로 조금 떨어져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유년시절 형의 잦은 폭력에 시달렸던 저자는 10대 때부터 사회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더 성실히 살고 더 열심히 노력하면 고통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그럴수록 삶은 더 괴로워졌다. 프리랜서가 되고 의도적으로 ‘느슨한 관계 맺기’를 실천하면서 그의 삶은 뿌리째 달라졌다. 타인의 시선이 더는 구속이 되지 않았고,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기쁘고 어떤 사람을 만나면 불행해지는지 명확히 알았다. 동시에 유년부터 자신이 시달린 고통의 원인에는 사회구조적인 배경이 크게 차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 평생의 후회는 사회가 강요하는 무책임한 인생 조언을 지나치게 믿은 것이었다.”
사회학을 공부한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사회가 어떻게 개개인을 숨막히는 공동체 속에서 희생하게 만드는지 조목조목 꼬집고, 이것들부터 멀어져 나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불안을 야기하는 타인, 세상과 안전한 거리를 둔다는 건 자신이 평소 무엇에 ‘불필요하게’ 갇혀 있는지를 분명히 자각해야만 가능하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고통과 계속 싸우느니 도망치는 것이 낫다”
불안, 집착,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누구인지 더 선명해진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괴로운 일상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다”라는 과감한 메시지를 담은 『완전 자살 매뉴얼』이 발간되었을 때, 일본 사회는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며 그 책을 유해도서로 지정했지만 청년들은 열광했다. 성실과 완벽을 요구하는 사회에 압박감을 느낀 이들이 그의 메시지에 커다란 해방감과 안도감을 느꼈고, 이후 일본의 자살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에서도 그는 과감한 어조로 상식과 틀을 깨는 발언을 이어간다. ‘화목한 가정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잔혹하다’, ‘삶이 훌륭하다는 거짓말에 속지 마라’…. 그의 말이 매섭게 직설적이면서도 묘하게 다정하게 느껴지는 건, 긴 세월 공포와 싸워야 했던 과거의 부침을 다음 세대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길 바라는 따스한 염려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회불안장애에 시달리면서 내가 불안을 느꼈던 대상은 인간만이 아니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에서 불안을 느꼈다. 매일 그 불안과 공포를 물리치기 위해서 내면의 강인함을 키워야만 했다. 불안장애를 겪으면 누구나 불안과 싸워야 하므로 내가 어리석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진지했던 것은 분명하다. 너무 진지하고 성실했기에 오히려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자신이 노력할수록 더 큰 절망에 사로잡혔던 이유는 타인의 욕망, 사회의 요구로부터 적정 거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쓰루미 와타루는 회고한다.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는 태어나 처음 맺는 가족과의 관계부터 친구, 연인, 사회 그리고 ‘내 감정’과의 안전 거리를 설정하는 방법으로, 지혜로운 개인주의의 태도를 연습할 것을 권한다. 그러기에 앞서 우리가 당연한 듯 수용하고 살아가는 사회적인 가치들이 정말로 우리 자신에게 그렇게 중요한 가치들인지 하나하나 묻는다. 그의 질문을 곱씹다 보면 내가 누구에게, 혹은 누군가 끈질기게 주입한 어떤 사상과 선입견에 내 삶의 운전대를 빼앗겨왔는지 헤아리게 된다.
행복은 가까이 둘 것과 멀어져야 할 것을 잘 구분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쓰루미 와타루는 믿는다. 이 책을 통해 그 기준점을 다시 설정하면 우리가 인생에 허비하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 더는 무가치한 것들에 나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에 담긴 개인주의 선언을 하루에 하나씩 마음에 담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