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고통, 죽음 등 인간 경험의 어두운 측면을 탐색한 시인, 에드거 앨런 포
포의 시에는 인간 경험의 어두운 측면이 많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남겨진 자의 고통, 슬픔에 빠진 이의 모습 등 상실을 겪은 이들의 정서가 녹아 있다. 상실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단호하게 들리기도 하는 시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 있는 이들에게 정통으로 가닿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탐색한 포의 독특한 목소리는 19세기 중반 미국 문학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대 프랑스의 시인이자 포의 시를 번역해 프랑스에 소개하기도 했던 샤를 보들레르는 포의 시에 대해 “수정처럼 순수하고 정확하며 눈부시다”라고 했다.
사랑에 대한 의지, 죽음으로부터의 회복, 그 모두를 아우르는 것으로서의 시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시를 만나다
포의 시에서 죽음은 중요한 주제이며, 특히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애너벨 리」에서는 적극적으로 사랑의 대상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죽음으로써 그려내고 있는데, 포의 시가 갖는 독특한 힘은 여기서 드러난다.
나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고
별이 뜰 때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느끼네.
나는 밤새 파도치는 바닷가 내 사랑 곁에 나란히 누워 있네.
내 사랑 - 내 생명 신부 곁에 -
여기 바닷가 그녀 무덤 안에 -
파도 소리 울려 퍼지는 그녀의 무덤 안에.
- 「애너벨 리」 중에서
그는 물리적으로 “내 사랑 - 내 생명 신부 곁에 -” 있을 뿐 아니라 원초적 사랑의 대상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는 “그녀의 무덤 안에” 그녀와 나란히 누워 “애너벨 리의 꿈”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이라는 숭고한 미학적 대상을 불러낸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꿈과 그녀의 눈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데 그치고, 사랑의 대상을 회복한다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시간을 뛰어넘어 언제까지나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
한울세계시인선은 국내의 유수한 번역자들과 함께 뛰어난 시인들의 대표 시들을 번역·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2024년 6월 1차 출간으로 여덟 권의 시선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시에는 저마다의 목소리가 있다. 한울세계시인선은 시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쉬운 언어로 담아내기 위해 번역에 힘썼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가 쓴 해설은 이해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이번 1차 출간에 이어서 2025년에도 10여 권의 시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샤를 보들레르 등 대중성 있는 시인들의 시선집에 이어 2차 출간 역시 헤르만 헤세, 괴테 등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시 세계가 담긴 시선집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