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성, 계급 그리고 화해의 문제를 다루는 시인, 다이아나 퍼러스
다이아나 퍼러스는 1953년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스터에서 태어났다. 웨스턴케이프 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했으며,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아프리칸스와 영어로 글을 쓴다. 백인들이 출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판 운동에도 뛰어들어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다이아나 퍼러스 출판사’를 설립하여 여러 시집을 출판했다. ‘원주민 시인단체’와 ‘풀뿌리 여성작가협회’를 창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인종과 성, 계급 그리고 화해의 문제를 다루는 시를 주로 쓴다.
강렬함, 단호함 그리고 강인함
다이아나 퍼러스의 대표 시를 만나다
다이아나 퍼러스의 시에는 상처받았음에도 강인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힘이 있다. 그녀의 많은 시에서 화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억압으로부터 저항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느껴진다. 대표 시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에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나, 당신을 해방시키러 여기 왔나이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의 집요한 눈들로부터
제국주의의 마수로 어둠 속을 살아내는 괴물
당신의 육체를 산산이 조각내고
당신의 영혼을 사탄의 영혼이라 말하며
스스로를 궁극의 신이라 선언한 괴물로부터
나, 당신의 무거운 가슴을 달래고
지친 당신의 영혼에 내 가슴을 포개러 왔나이다.
나, 손바닥으로 당신의 얼굴을 가리고,
당신의 목선을 따라 내 입술을 훔치려 하나이다.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을 보며 흥겨운 내 두 눈을 어찌 하오리까,
나, 당신을 위해 노래를 하려 하나이다.
나, 당신에게 평화를 선사하러 왔나이다.
-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 중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언제까지나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
한울세계시인선은 국내의 유수한 번역자들과 함께 뛰어난 시인들의 대표 시들을 번역·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2024년 6월 1차 출간으로 여덟 권의 시선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시에는 저마다의 목소리가 있다. 한울세계시인선은 시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쉬운 언어로 담아내기 위해 번역에 힘썼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가 쓴 해설은 이해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이번 1차 출간에 이어서 2025년에도 10여 권의 시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샤를 보들레르 등 대중성 있는 시인들의 시선집에 이어 2차 출간 역시 헤르만 헤세, 괴테 등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시 세계가 담긴 시선집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