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 형식을 창조하려는 노력, 샤를 보들레르
1861년, 보들레르는 미풍양속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명령을 받은 6편의 시를 제외하고, 그 대신 1857년 이후에 쓴 35편의 시를 더하여 『악의 꽃』 제2판을 출판한다. 시인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판된 이 판본은 『악의 꽃』의 정본으로 간주된다. 이후 보들레르는 주로 산문시를 발표한다. 1862년, 그는 20편의 산문시를 잡지에 발표하였는데, 이 산문시들은 그 이후에 창작된 30편의 산문시들과 함께 시인의 사후에 『산문시집』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가 후에 편집자들에 의해 『파리의 우울, 산문시집』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보들레르는 산문시의 서문 격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지향이 ‘리듬도 각운도 없는 시적 산문’이라는 새로운 시 형식의 창조에 있음을 천명하였다. 이처럼 전통적 시 형식에서 탈피하여 현대의 도시 생활을 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시 형식을 탐구한 그의 실험 정신은 이후 랭보 등을 거쳐 모더니즘 계열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시선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방인」과 「취하라」는 보들레르 사후인 1869년에 발간된 『산문시집』에 게재된 것이다. 이 시들은 산문시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보들레르의 대표적인 산문시들 중 하나로 자주 인용되며, 따라서 그의 산문시 전체에 접근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받고 있는
샤를 보들레르의 대표 시를 만나다
이 시선집의 두 번째 시인 「알바트로스」는 자연과 인간의 중재자라는 지고한 사명을 가진 시인이 겪는 수난을 그린다. “창공의 왕자”인 “거대한 바닷새”가 선원들에게 잡혀 “병신” 취급을 받는다. “시인도 다를 바 없는” 신세다. 그는 “지상에 유배되어 야유 속에” 내몰리는 “거인”이다. 시대를 앞서 새로운 시학을 설파하였던 보들레르는 알바트로스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연민의 눈으로 이 “구름의 왕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 시는 특정 시대를 초월하여 스스로를 ‘미운 오리 새끼’로 여기는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때로 뱃사람들은 그저 심심풀이로
거대한 바닷새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검푸른 심연 위로 미끄러지는 배를 따라
무심하게 나는 항해의 길동무를.
창공의 왕자들, 포로처럼 붙잡혀
갑판 위로 끌려 내려오면
어색하고 창피하여, 거대한 흰 날개를
노라도 젖는 양, 양 옆구리에 질질 끄네.
날개 달린 이 나그네, 얼마나 서툴고 무력한가!
그토록 아름답던 그대, 어찌 이리 우습고 흉해졌는가!
어떤 자는 파이프로 그대 부리를 찌르고,
또 어떤 자는 절름거리며 흉내 내네, 그대, 하늘을 주름잡던 병신!
시인도 다를 바 없네, 구름의 왕자와 같은 신세네.
폭풍 속을 넘나들고 활시위를 비웃었건만,
지상에 유배되어 야유 속에 내몰리니,
거인 같은 날개가 발걸음을 방해하네.
- 「알바트로스」 전문
시간을 뛰어넘어 언제까지나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
한울세계시인선은 국내의 유수한 번역자들과 함께 뛰어난 시인들의 대표 시들을 번역·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2024년 6월 1차 출간으로 여덟 권의 시선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시에는 저마다의 목소리가 있다. 한울세계시인선은 시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쉬운 언어로 담아내기 위해 번역에 힘썼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가 쓴 해설은 이해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이번 1차 출간에 이어서 2025년에도 10여 권의 시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샤를 보들레르 등 대중성 있는 시인들의 시선집에 이어 2차 출간 역시 헤르만 헤세, 괴테 등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시 세계가 담긴 시선집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