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씨네21〉 기자, 에세이스트 추천★
외로움, 생계, 주거, 관계, 노후, 죽음의 풍경
그 너머에서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는 법
혼자서도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픈 당신에게 권하는 서른 편의 영화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혼자 사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책!
√ 혼자 살면 정말 외로울까?
√ 내가 나를 부양하고 책임질 수 있을까?
√ 지속 가능한 혼자의 삶에 필요한 건 무엇일까?
√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 나이 듦을 이해하고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2021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은 36퍼센트이고, 특히 관악구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율이 61퍼센트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1코노미뉴스〉 2023년 1월 6일자 기사). 1인 가구는 비혼만 있는 게 아니다. 이혼이나 사별의 이유도 있고, 결혼했어도 부득이하게 혼자 사는 사람도 있다. 혼자 사는 삶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혼자 살면 당연히 외로울 거라고들 한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는 ‘독거노인’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독거노인은 말 그대로 ‘혼자 사는 노인’인데 ‘빈곤 상태에 놓인 외로운 노인’과 동의어로 해석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막연하게 ‘독거노인 신세만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하고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게 둘은 안 외롭고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안정적일 거라 믿는다. 이는 지금까지 혼자 나이 드는 다양한 삶의 모델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가 아닐까.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혼자 사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1인분의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꾸려온 저자는 비혼뿐만이 아니라 이혼, 사별,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외로움, 생계와 주거, 관계의 어려움과 연대, 노후, 죽음의 여러 풍경을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을 편집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이론 전공자답게 그가 고른 서른 편의 영화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넘나든다. 특히 ‘비혼의 삶’을 주제로 책을 쓰면서,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을 에디팅하면서 만나온 평범한 여성들의 고민을 솔직담백하게 담아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영화의 인물과 상황, 현실 속 ‘혼삶’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혼자 사는 삶이 외롭고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과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따뜻한 언어로 건넨다.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1인분의 삶을 꾸리며 잘 나이 들고 싶은 저자의 깊은 고민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조언이 영화와 어우러져 깊은 공감과 위로, 용기를 준다. 오래전부터 영화는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자극하고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어왔다. 그냥 울고 싶은 날, 혼자라서 두려운 날, 폴짝폴짝 뛰어오를 정도로 기분 좋은 날, 함께할 상대가 없어서 김빠지는 날, 말하기 껄끄러운 고민이 있는 날, 영화 속 인물은 치대기에 얼마나 좋은가. 이 책에서 펼쳐내는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서적 지원을 어디서 찾을지, 사회문제의 변화 추세와 과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나이 듦과 죽음에 어떻게 대비할지 등 삶의 힌트를 얻게 된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혼자의 삶에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장들이 영화 사이를 표표히 거닐며 우리에게 살며시 속삭인다. 삶의 모양이 어떠하든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1인분의 삶이라고 해서 외롭고 적적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자유만 있는 것도 아니다. 4인 가족이 만드는 일상 풍경이 다채로운 것처럼 1인분의 일상도 다채롭다. 다만, 고민의 주제나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혼자에게도 ‘곁’은 필요하다!”
외롭고 불확실한 삶에 위안을 주는 시네마 테라피
지속 가능한 혼자의 삶에 필요한 것들
1인분의 삶에서 생계 해결만큼 정서적 돌봄도 중요하다. 경제 활동에 쏟은 노력은 공개적으로 응원도 받고 보상도 받지만, 감정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혼자 살 때 진짜 위기는 감정을 잘 몰라서 돌보지 못할 때 겪는다.
20대를 넘어서면서 우정의 역동성은 거세진다.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 프란시스는 우정의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어른의 세계에 접어들어서야 차츰 인정하게 된다. 인생처럼 우정도 마모되고 소멸한다. 그러다 소생하고 새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연인은 영원할 수 있을까? 내 취향을 완벽히 아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외로움과 영원히 작별할 수 있을까? 영화 〈그녀〉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외로움과 진짜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을 때는 타인과 완벽한 정서적 일치를 꿈꿀 때가 아니다. 몸도 마음도 에너지가 가득해서 독립적일 때라야 비로소 외로움과 온전히 헤어질 수 있다.
혼자의 삶에서 내가 나를 부양하고 책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먹고살기 위한 일이란 무엇일까? 일은 삶의 습관과 방식을 만들어가는 채널이며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는 통로다. 이 채널을 통해 여러 가지 내 모습을 찾아내고 다듬는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마흔 살 찬실이는 그저 그런 프로듀서였지만 일은 곧 자기 자신이었다. 백수가 된 찬실이는 내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고, 긍정하는 시간을 보내다 결국 좋아하는 것 ‘곁’에 머무는 방법을 찾아낸다. 찬실이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찬실이를 비롯해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직업’ ‘내 몸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르다면? 고민은 두 배가 된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고 반장은 뜻밖의 재능이 되어버린 치킨집을 운영할 것인가, 재능이 없는 범인 잡기로 돌아갈 것인가 딜레마에 빠진다. 저자는 이럴 때 잘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좋아하는 일은 ‘덕질’로 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애매한 재능’만 믿고 꾸리던 생계를 내던지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혼자의 삶에서 평범함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상을 이어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주선 발사보다 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셀프 토닥임 기술은 필수다. 책 한 권 다 읽으면 꽃 한 송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첫눈이 오면 이불을 바꾸고, 예쁜 식탁보를 깔아보고, 수저 세트나 머그잔을 바꾸면서 자잘한 기념일을 일상으로 가져와 보는 것이다. 작은 의식은 평범한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고, 평범한 나도 특별해지니까.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는 존재감이 없어서 그것이 곧 스펙이 된 스즈메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인간이 가장 강하고 지속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에 반해 결혼이 기본값인 시대에 비혼 남매가 앤을 입양해 소신껏 가족을 이루며 사는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경계 너머의 유연한 세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영화 곳곳에서 우리는 저마다 마음에 다른 모양의 구멍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멍 모양이 어떻든 구멍을 채우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젊음이 떠난 후에야 젊음을 그리워한다. ‘동안이세요’라고 덕담을 주고받고, 군살을 나잇살이라고 꼬집는다. 젊음을 닮으려고 애쓰는 것을 젊게 산다고 착각한다. 영화 〈위아영〉에서 40대 초반의 부부가 노화를 마주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에릭 와이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진정한 나이 듦의 문화가 없다고 지적한다. 진짜 젊음은 외모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는 유연성에서 나온다. 정신도 나이가 듦을 인정하고 새로운 정신적 가치와 악수할 줄 아는 사람이 젊게 사는 게 아닐까. 65년 동안 함께 산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노부부는 상대의 다름을 따지며 바꾸는 게 아니라 다름을 수용하며 존중한다. 이런 태도가 생활 동반자 관계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90세 정도가 되면 정신도 쇠락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우울의 포로가 되어 숨만 쉬며 살지 않는다. 영화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에서처럼 요양원 생활은 충분히 쾌활하고 낭만적일 수 있다. 설사 기억의 질서가 무너지더라도.
“내 행복을 타인에게 모두 베팅하기 전에 먼저 ‘나 전문가’로 살아볼 필요가 있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고 나를 배려하는 일상에 닻을 내릴 때 사랑은 반짝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