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고양이”는 이제 가볍게 꺼낼 수 있는 유행어가 아니다. 사회적이자 시대적인 아이콘인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교양인 시대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모실 생각이 없더라도 고양이를 모시지 않고 있음을 부러 안타까워해야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문화적인 대세라는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그 까닭과 맥락을 짚고 헤아리려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왜 고양이일까? 왜 지금일까? 필요한 질문이지만 반드시 답할 필요가 없긴 하다. 고양이니까, 고양이니까…. 그러나 알면 사랑하듯, 자세히 보고 오래 보는 관심으로 사랑이 시작되듯, 고양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트렌드를 넘어 나와 사회를 이해하는 일이다.
과학잡지 에피 28호 “고양이”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된 고양이를 인간과 사회 그리고 과학적 관점으로 다양하게 살핀다. 고양이의 진화와 가축화 과정을 통해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하기까지의 여정을 들여다보고, 고양이의 질환과 길고양이를 통해 인간과 고양이가 맺고 있는 관계를 파악한다. 여기에 ‘고양이 액체설’과 ‘체셔 고양이’에 대한 물리학적인 고찰과 논증을 거치면, 고양이에게 복종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까닭을 어렴풋이 가늠하게 된다.
인류세, 연구 예산, 인공지능, 지구 온난화 등… 인류가 현재 고민하고 씨름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양이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감성을 넘어 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음악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발걸음 닿은 적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가기 위해 캄캄하고 고요한 바닷속으로 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 고양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날카로운 발톱,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는 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전체를 파악하고 배설물의 냄새까지 숨기는 것은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양이의 본능적인 습성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인간과 살아가는 공간을 야생으로 생각할까 아니면 야생으로부터 벗어난 안전한 곳으로 생각할까? 어느 쪽이든 어울린다. 현대사회는 야생이라 해도 잘 어울리고 안전한 곳이라고 해도 나름 어울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디로 향할지 선택하는 것이 인간의 과제로 남는다. 불성실한 집사를 두고 야생으로 돌아가면 그만인 고양이는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