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간식, 마음이 맞는 친구
아무 날도 아닌 듯 둘도 없이 좋은 하루
여전한 호기심, 반짝이는 눈, 예정대로 일이 되지 않더라도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그저 ‘또 다른 하루를 살았을 테지’라고 말하는 마스다 미리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간식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조각 케이크, 도넛, 슈크림, 빙수처럼 우리에게도 익숙한 간식에서부터 콧페빵, 카브리코, 수박 샌드위치, 사바랭, 냉동 버찌처럼 맛이 궁금한 간식들까지, 음식이 이어주는 소중한 인연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달콤한 간식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들뜨게 한다. 간식을 먹을 때는 함께 먹는 사람과 더 즐겁게 대화를 하게 된다. 일반적인 식사에는 즐거운 기억, 슬픈 기억이 함께 있지만, 달콤한 간식과 디저트와 함께하는 시간은 대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포만감 뒤에 맛보는 달콤함은 우리를 무척 행복하게 해준다. 마스다 미리는 그동안 많은 글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늘 조용하게 증명해왔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의 한 순간, 소소한 기억들이 쌓일 때 행복도 함께 쌓여간다. 홀로 살더라도 행복은 다를 게 없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우정을 나누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 그것이 행복의 기본이자 거의 전부가 아닐까.
밥 같이 먹자고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나와 줄 친구가 있다. 가고 싶었던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 근처의 다른 가게로 가면 된다. 누구 앞에서도 쳐볼 생각을 없지만,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을 만끽한다. 일상에서 살아가는 힘은 이처럼 소소한 것들에서 나온다.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대화하고, 서로의 하루 속에서 힘든 것은 나눠가며 그렇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는 맛있는 간식, 마음이 맞는 친구와 보낸 일상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마스다 미리만의 언어로
빛나는 일상의 이야기
아무 날도 아닌듯한 일상에서 마스다 미리는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낸다. 방금 구입한 레몬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집에서 춤추기, 버터 가득한 토스트에 빠져 저녁을 먹기 전에 카페에 다녀오기, 벽돌만한 밤 케이크를 어떤 차와 마실지 고민하기처럼 소소한 일상에 불과하지만, 그때의 나의 느낌, 떠오르는 기억과 생각들을 정갈한 언어로 정리하고 나면 같은 날이어도 맘에 드는 다른 하루가 된다.
그녀가 펼쳐놓는 풍성한 에피소드에는 생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마음은 오늘도 힘을 내고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먹을 때 먹더라도 되도록 즐겁게 먹고 싶다는 마음, 그 즐거움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생각. 어쩌면 하루를,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갈 때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듯하다. 마스다 미리의 하루처럼 우리 일상도 빛나게, 어떻든 작게라도 의욕을 부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마스다 미리의 글은 타인과 자신을 향한 섬세한 관찰과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홍매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부탁하는 나이 지긋한 여성의 방긋 웃는 표정을 포착하고, ‘일정과 일정 사이의 시간도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글마다 일상을 함께 한 존재들의 장면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들의 일상에 물든 행복감이 마스다 미리의 눈과 글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시간과 삶에 대한 그녀의 감각도 새롭다. 사전에 어떤 폭을 가진 때의 길이라고 정의되어있는 시간의 뜻을 보고 다음처럼 연상한다. ‘마름질하기 전의 옷감. 그것이 바닥에 펼쳐져서 두르르 굴러가는 모습. 나의 옷감을 어디까지 펼쳐졌을까.’ 나이듦도 명랑하다. 해가 갈수록 수영장 들어가는 법이 온천 들어갈 때 같아진다는 대목. ‘몸에 물을 뿌리면서 살금살금. 그리고 일단 목까지 들어간 뒤, “아아, 시원해” 하고 말한다.’
우리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의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특별한 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스다 미리는 눈에는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다정한 시선, 그 시선이 닿는 순간 일상이 반짝이기 시작하다. 이번에는 무엇을 발견했을지 기대되는 작가, 마스다 미리와의 달콤한 만남이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