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잖은 근미래. 포화상태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구하고, 죽음에 가까운 생태계 위에서 연명하기 위해 인류는 기꺼이 식생활이라는 소모적인 행위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식사 대용으로 등장한 아이토닉 한 알. 약 사흘을 먹지 않아도 거뜬히 일상을 버티게 했지만 부작용 역시 대단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잠들 수 없다는 것. 무수면이란 부작용으로 수많은 정신병에 노출된 인류는 이를 대처하기 위해 히프나틱까지 개발하는데, 이로 인해 가상 세계 "메타"가 우리의 현실과 공존하게 된다. 본의 아니게 식생활과 수면 모두를 소거 당한 인류는 늘 11시59분 언저리에서 위험천만한 삶을 겨우 겨우 유지하는 중이다.
최상급 본체와 컴퓨터와 맞먹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생을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댄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시련이 닥쳤다.
사건의 발단은 엄마의 명령 아래, 그가 오랜 시간 보필해 왔던 레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동료들 또한 알 수 없는 이유로 증발되고 결국, 혼자 남게 된 댄은 레나를 살리기 위해
가상 세계 속 자신의 여러 아바타들을 동원하여 정부에 맞서게 되는데….
사실, 이 모든 사태의 발단에는 인간을 로봇과 결합하여 살아있는 전쟁용 핵무기로 만들고자 했던 정부의 커다란 음모가 배후에 있었다.
결국, 인류 사회는 현실을 부정하고 급기야 메타에만 머물기 위한 또 다른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
‘ 내 몸에 심으면 된다.’
이것은 본능이었다.
내 몸을 전부 내줘서라도 그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나를 포기할 각오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의 나의 목표는 오로지 레나를 살리는 것만이 전부였으니까.
전쟁용 무기를 목적으로 만든 하프노이드의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이와 같이 설정된 목표만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특히 나 같은 우수한 하프노이드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