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구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
모든 감정은 욕구에서 시작된다
책은 정윤주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감정에 휘둘리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꾹꾹 눌러 잠재우기 급급했다. 그러나 억누른 감정은 여지없이 폭탄처럼 터지곤 했다. 누군가 감정의 시한폭탄을 제거해 주기 원했지만, 삶의 밑바닥에 다다르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이 해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감정 일기를 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 한 줄이라도, 욕을 써도 괜찮으니까 오직 매일 감정을 꺼내어 직접 보면서 알아가는 시간에 집중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면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눈에 보이지 않아서 허상처럼 여겼던 생각과 감정을 종이라는 눈에 보이는 공간으로 이동시키면 실체화할 수 있다. 둘째, 감정을 실체화하면서 감정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쓰기’는 감정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강력한 방법이다. 또한 감정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 즉 객관성이라는 선물을 준다.
감정을 분리해서 보면, 모든 감정은 욕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욕구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다. 욕구 없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고, 욕구 없이 하는 말과 행동은 없다. ‘행복, 기쁨, 즐거움, 재미, 만족, 감사’ 등 긍정적인 감정은 욕구가 충족되었다는 의미이며, ‘화, 짜증, 불안, 초조, 분노, 외로움,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나는 어떤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길래 분노와 화가 치밀었을까? 아. 연결, 소통, 즐거움, 인정, 예측가능성, 질서, 균형의 욕구가 충족이 안 돼서 화가 나고 속상했구나.’ 저자는 감정 일기를 써본 뒤에야 자신이 서운함과 속상함을 ‘화’로 표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 ‘화’라는 감정으로 묶어서 표출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기 공감은 ‘자신의 상황과 기분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능력’이며,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인식하고 수용할 때 자기 공감이 시작된다.
감정 일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변화는 알아차림에서 시작한다
감정 일기는 어떻게 쓰면 될까? 저자는 처음에는 별다른 양식 없이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어 써보는 것으로 시작하라고 한다. 감정을 적어 보는 것만으로도 요동치던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막연하게 감정 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이 매일 비슷한 감정만 쓰고 있다는 사실을 머잖아 알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보통 감정 일기는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 쓰게 된다. 그래서 막연히 그날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매일 비슷한,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저자 역시 막연하게 썼던 초반의 감정 일기를 보면서 부정적인 감정만 느끼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매일 쓰는 일기장에 부정적인 감정만 가득한 걸 보면서 자신과 달리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그렇지 못한 당시의 상황과 자신의 모습에 더 큰 고통과 불안을 느꼈다.
또한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 이틀은 그럭저럭 써도 며칠 지나면 귀찮아지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저자는 감정 일기를 쓰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정 일기를 제대로 쓰는 방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에, 감정 코칭을 위한 ‘감정 일기 탬플릿’을 개발했다. 책 《감정 일기의 힘》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감정 일기 쓰는 법은 감정을 그저 꺼내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매일 하나의 감정을 읽고 배우며 느낄 때 감정을 작성하는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총 30개의 감정을 주제로 하여 월요일은 행복, 화요일은 사랑, 수요일은 외로움처럼 매일 하나의 감정을 주제로 삼아 매일 다른 1가지 감정에 대해 일기를 쓴다. 매일 다른 감정에 대해 생각하면, 모르고 지나쳤던 다양한 감정들이 내 안에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감정 일기 쓰기는 첫 2주, 즉 10개 감정을 돌아볼 때는 베이직 단계로 쓰고, 이후 4주간 20개의 감정은 조금 더 심화된 어드밴스 단계로 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때의 어색함과 부담감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효과를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기 쓰기는 하루 15분이면 충분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작성한다. 토요일 하루는 쉬고, 일요일에는 한 주 동안 쓴 일기를 돌아 보며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을 살펴본다. 그러면 한 주간 어떤 감정을 많이 느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알게 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삶에 적용할 수 있다. 그 외 먼저 일기를 써서 긍정적 효과를 얻은 이들의 감정 일기 예시를 충분히 제시하고, 삶에 적용시키는 액션플랜과 감사 일기 쓰는 법도 함께 마련하여, 감정의 뿌리가 튼튼해지도록 세세하게 구성했다.
누구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한다. 삶의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정을 알 때, 자기 스스로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 감정을 알 때, 나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감정 뒤에 숨겨진 욕구를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 보인다. 내 감정을 알 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비로소 나와 우리를 알고 사랑으로 연결할 수 있다. 책 《감정 일기의 힘》은 지금 당장 감정 일기를 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시와 작성법을 알려주면서 당신도 바뀔 수 있다며 독자를 따뜻하게 북돋는다. 많은 독자들이 오늘부터 감정 일기를 쓰며 자신의 마음밭에 적절한 볕과 바람과 양분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