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舊約撮要(구약촬요)
초창기 국역성서의 중요한 자료이다. 본디 책에는 표지에 한글이 없고 한문만 적혀 있다. 撮要(촬요)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점을 골라 취함”이라고 풀이되어 있으며, 책 제목에 쓰인 예가 많다.
책 제목에 구약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는 최초의 것이다. 구약 관련 업적으로 선구적인 책이다. 실제 내용은 구약 전반을 담아내지는 않았고, 창세기 부분만 실었다. 본래는 2권 이상의 다권본으로 기획되었으나 1권만 나오고 더 이상 나오지 못했다.
선교가 일방적 이식이 아니라 문화간 교섭임을 보여주는 책
이 국역성경 사업을 주도한 코프 주교(The Right Rev. Charles John Corfe, 한국명 고요한)는 “이 책들을 통해서 영국교회 조선선교회가 이곳 조선사람들의 언어와 문학을 어떻게 존중하고 있는지 보여질 것”이라고 하였다. 당시 조선의 책 문화를 따랐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한문과 국문이 한 단락씩 교대로 나오게 편집함으로써 상/하, 여성/남성을 다 독자로 아우를 수 있었다. 2천년 이상 긴 세월을 건너 먼 고장에서 온 책이라, 조선인에게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냈다. 본문 중에 할주(割註)라는 주석 방식을 이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세기는 문자주의적인 번역이 아니었다. 개역성서처럼 출발언어만 중시하는 게 아니고, 수용언어를 배려하는 번역이다.
창세기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 여행
책을 펼치면 양면 가득 4가지 본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 면에는 원본의 한문 부분과 국문 부분을 현대 활자로 보여준다. 그리고 오른쪽 면 위에는 해당 국문 부분을 현대 표기로 바꾼 것을 보여준다. ‘ㆍ’(아래 아)를 없애고, 조사 ‘ㅣ’(모음 단독 표기형)를 ‘가’로 바꾸고, 연철 표기는 분철 표기로 고치는 등 지금의 맞춤법을 참고하여 현대화하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2005년부터 사용중인) 천주교 《성경》 속 성구를 두었다.
창세기의 역사는 2,500년 이상 되었다. 우리말 창세기의 역사는 125년이다.
이 거룩한 시간 여행으로 초대하는 책이다.
우리 성경의 부모를 찾아가는 뜻깊은 여정
우리의 신앙이 지금 여기에 있기까지 성경의 공이 있다면, 성경이 우리 앞에 당도하기까지의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여 마땅하다. 우리의 신앙은 난데없는 것이 아니다. 근본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성경이 있기까지 그 앞에는 어떤 성경이 놓여 있는지 살피면 살필수록, 우리의 뿌리는 튼튼해진다.
국어국문학계에서도 주목할 자료
《舊約撮要구약촬요》는 신학적·종교학적으로 중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현대 한국어 태동기의 국어 문체를 볼 수 있는 자료이다.
국어발달사에서도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가치있는 문헌이다.
또한 근대 번역문학의 초기 사례로도 반드시 검토해 마땅한 책이다.
독창적인 편집과 미려한 디자인
1899년의 텍스트를 2024년이라는 콘텍스트에서 읽게 되므로, 천주교 《성경》(2005년판)을 참고자료로 보여주었고, 2부에서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해설글을 붙였다.
전문가에게도 도움이 되고 인문학 독자와 일반 교우에게도 반가운 교양서가 되도록 편집했다.
또한 1899년과 2024년의 만남을 시각화하기 위해 고풍스러우면서도 친근하고 가독성 있는 디자인으로 책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