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블루 골드의 시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물 이야기, 미래의 물 관리법
안전하지 못한 물을 먹고 발생하는 질환이 전체 질병의 88%에 달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연구 결과가 있다. 도시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안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물은 결국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이제 21세기 인류는 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라는 현실 앞에 서 있다.
물은 미래의 핵심 가치이며, 물 활용기술과 보전 방법의 발달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는가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고대에서 현재까지 인류 역사와 함께한 물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나라별 물 공급 방법과 배관의 발전 및 변천사를 살펴본다.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를 현지 답사하여 유적지와 박물관, 공공기관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구성된 이 책은 물을 가장 소중한 인류 공동 자원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물과 물의 이용 수단인 우물, 댐, 수도관을 고찰하는 부분으로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물 사용 방법과 배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로마는 세계의 정복지마다 수도교를 세워 그 힘을 과시했다. 이는 로마제국 성공의 비밀이 풍부한 물 사용에 있으며, 물이 곧 권력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역사적 증거이다.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물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며, 물은 곧 권력과 정치와 파워 그리고 통치의 수단임을 간파했던 인물이다. 당시에 물 관리 기술은 단순한 공학 기술이 아닌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기도 했던 것이다.
물은 있는 곳과 필요한 곳이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차이가 있고, 물이 있는 곳으로부터 물이 필요한 곳으로 이송하는 데는 수도관이 필수 불가결한 도구이다. 물의 공급처와 수요처를 이어 주는 관(管)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다. 이는 안전하고 깨끗한 물과 직결되는 요소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는 기원전 312년에 건설된 로마 최초의 수로인 ‘아피아 수도’이다. 이후 3세기경까지 로마시대에는 모두 11개의 수로가 개설되어 시민들에게 24시간 물을 공급해 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역사 속 물 이용 방법을 대륙별, 국가별로 돌아보는 한편, 현대에 물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발전하고 있는지 또한 살펴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세기가 블랙 골드(Black Gold: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 골드(Blue Gold: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홍수뿐 아니라 가뭄과 물 부족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물이 ‘블랙 골드’를 넘어서는 최고 가치를 지닌 ‘블루 골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물 시장을 선점하려고 관련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제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도입해야 할 선진적인 수도 관리법과 정수처리법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한 구간의 관로를 폐쇄하여 조사 또는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도관 ‘복선화’ 작업은 점점 늘어나는 노후 수도관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다. 또한 무염소 수도 시스템을 구축한 네덜란드 사례 등 세계 각국에서 선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물 관리법에 대한 전문가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수도 관리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