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던지는 화두
양즈창 기자는 먼저 대만인에게도 화두를 던진다. 대만인에게 왜 반한이나 혐한 풍조가 생겼는지 묻는 것이다. 아시아의 4마리 용의 말단에 있던 한국이 대만을 밀어내 자존심이 상한 탓이 아니냐고. 게다가 한국에 대한 단편적 이해, 언론의 한국에 대한 조롱과 선동에 빠진 게 아니냐고. 하지만 한국의 음주문화를 꼬집고, 대만과 한국의 남녀평등 정도를 비교하면서 대만인에게 위로를 주기도 한다. 물론 우리는 이를 역지사지해야 할 것이다.
2장에서는 한류와 ‘한국의 최고 성공 상품, K-POP’을 논하며 이것이 가능한 이유와 방법을 화두로 던진다. 물론 우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간과하고 있는 문화산업의 이면을 들춰낸다. 취재를 통해 대학로의 어두운 현실을 질타하고 아쉬움을 토로하니 적실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3장은 한국 사회의 속살이 낱낱이 드러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당신은 모를 ‘헬조선’”이 3장의 제목이다. ‘재벌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묻고는 “한국에서는 의식주・교통・교육・오락 분야 등을 막론하고, 재벌이 고함을 치면 흐르는 물을 얼릴 정도로 힘이 강하다”고 일갈하는 대목은 깊게 새겨야겠다. ‘박근헤 게이트’로 명명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세월호’ 사건을 보는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한국과 미군을 애증 관계로 본 것도 냉철한 지적이다.
4장은 분단국가로서 비극으로 점철된 남북한 문제와 북한의 현실을 짚는다. 한국인이 당위로 여기는 통일과 ‘통일세’에 대한 여론의 모순된 반응을 살피면서 여러 화두를 던지고 있다. 탈북자들의 삶과 태도를 취재한 내용도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5장은 조선족에 대한 다양한 취재와 평론을 담고 있다. 조선족을 향한 한국인의 그릇된 인식과 고정관념을 지적하는 대목 또한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한국인인가, 중국인인가? 세 나라를 배회하는 ‘조선족’”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한국에 대한 조선족의 애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끝으로 6장에서 다룬 한국 화교에 대한 화두도 무겁게 다가온다. 한국에 ‘짜장면’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진 그들이다. 100년이 넘는 한국 화교의 역사와 함께, 박정희의 화교 탄압, IMF 금융위기 후 태도가 바뀐 정부 정책, 구화교와 신화교 문제…, 어쩌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도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인구절벽 상황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선족과 화교들을 재평가하고 새롭게 그들을 자리매김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타인의 시선을 빌려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 부족한 것을 채우고 보태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한국과 대만은 “일부 시공간적 배경과 정치적 요소로 인해 쌍방이 서로를 냉담하게 대하는 이웃”이 되고 말았다. 한 해 200만 명의 민간이 교류하는 상황에서 양국 국민이 서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뜻도 담긴 책이다. 옮긴이 역시 “역사적・정치적・외교적 차원을 아울러 대만과 한국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첫걸음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