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학생들이 이론을 시험 때만 반짝 외웠다가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잊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론이 주는 딱딱함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찾아낸 해결책이 중요한 이론마다 사례를 연결하는 방법이었다. 특히 재미와 감동이 곁들여진 사례일 경우, 학생들은 더 분명히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했다.
이 책의 구성은 사례 기반 강의법에 착안한 소설 형식이다. 애착이론을 등장인물과 사건 속에서풀어낸 것은 독자에게 또렷이, 어렵지 않게 전달하려는 의도다. 단지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의 삶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소설 구성에 도움을 준 류여진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에는 4가지 애착유형을 대표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불안형 태라, 회피형 현우, 혼란형 유진, 안정형 주영.
애착유형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정이다. 어린 시절, 관계 패턴, 직장 생활 등을 각자의 애착유형에 따라 풀어내었다.
1장에서는 새내기 부부 현우와 태라의 갈등을 제시한다.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믿었지만, 과연 사랑일까?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대상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정당화한 채 상대를 내 맘대로 통제하려는 것은 아닌가? 이 새내기 부부의 갈등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2장에서는 현우와 태라의 갈등의 원인을 두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이미 부서졌을 어린 시절의 상처에 주목한다. 어린 시절 애착유형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왜 부모와의 애착이 중요한가? 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상처가 부부 관계에까지 이어져 빗나간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경험으로 형성된 자신의 이미지와 타인에 대한 기대가 성장하면서 자존감과 관계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혼란형의 애착유형이 연인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을 유도하는지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4장에서는 유형별 관계 패턴을 통해 성인 애착이 부부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들여다본다. 회피형 현우와 불안형 태라의 갈등이 애착유형의 차이임을 보여주고, 반면 결혼에서의 위기를 안정형 주영은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비교한다.
5장에서는 부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 방법에 대해 기술한다. 애착 기반 치료법인 정신화를 통해 부부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정신화란, 자신과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성찰 능력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우리의 삶도 멈춰 서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들여다보면 숨겨진 의미와 본래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성찰 태도를 연습하여 자신의 관계 경험과 그에 따른 문제를 돌아보는 건 매우 중요한 회복 과정이다. 꾸준한 자기성찰은 왜곡된 관계의 밑그림을 해체시켜 안정된 애착으로 거듭나도록 도울 것이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주인공들의 삶을 통하여 자신의 애착유형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자신의 애착유형을 설명하는 무의식의 상처를 알게 되면 그 상처에 의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 책이 당신과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그리하여 좀더 빛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