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사회윤리가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하다
오늘날 세계는 동구권과 소련이 붕괴되고(1989~1991년) 미국의 세계유일패권을 관철하기 위해 등장한 세계화 열풍의 후과로 개인과 집단간, 국가간에 극심한 경쟁과 갈등, 대립과 전쟁이 과거와 비할바 없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람, 즉 민도 개인과 집단, 나라와 민족 단위에서 참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움직임도 모든 부문과 영역에서 태동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회의 일부인 종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그리스도교도는 일찍이 종교로서 모습을 갖춘 이래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도교가 참답게 하느님 구원의 역사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윤리의 필요성을 논증한 책이 바로 『그리스도교 사회윤리』입니다.
이 책은 사회윤리가 사람들에게 어떤 사회의 모습이 적합한지를 묻고 복음의 가치와 목적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교 사회윤리는 그리스도교의 고유한 원리들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침들을 발견하기 위한 신학적 숙고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숙고는 교회공동체에서 신앙의 빛으로 받아들여지고, 또한 이성의 성찰로 인정된 원리, 곧 정의와 사랑 안에 담겨있는 “더불어의 인간성”에 맞추고 있습니다.
비록 독일에서 1991년 출간되어 3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저자와 역자의 문제의식이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교인에게도 전파되고, 정착되어 참다운 그리스도교의 모습을 찾아 나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특징
1) 푸르거 교수는 가톨릭 사회론이 신학의 한 학문으로서, 또 교도권의 가르침으로서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역사적 접근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가톨릭 사회론의 역사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산업 노동자가 등장하고, 노동자의 빈곤화 현상이 일어났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책은 그 당시 사회문제에 참여했던 신앙인들의 발자취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그 노력의 결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의 신학과에 “가톨릭 사회론” 혹은 “사회윤리”라는 학과목이 신설되고, 보편교회는 그 노력들을 교회 안에 받아들여 사회회칙을 발표한 것에서 그 위력이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2) 이 책은 교도권의 사회고지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학문으로서의 사회윤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문으로서의 사회윤리 특징은 무엇보다 학제간 학문이라는 데 있습니다. 사회윤리는 말 그대로 사회제도에 대해 윤리적으로 성찰하는 실천입니다.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선한 의지를 가져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견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없지는 않으나, 사회윤리는 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라 사회제도, 내지는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도덕성을 다룹니다. 사회제도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같습니다. 교육제도를 무시하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없고, 노동정책을 무시하고 고용인들을 다룰 수 없으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고는 모든 차별을 없앨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윤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사회제도 - 여러 정책이나 법의 내용 등을 연구 대상으로 삼습니다.
3) 사회문제에 관여하는 가톨릭 사회론의 중요한 네 가지 원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활동을 이끄는 주요원리는 개인선 원리, 공동선 원리, 보조성 원리, 그리고 연대성 원리입니다. 이 원리들은 단지 병행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론적 체계를 갖춘 가톨릭 사회론은 이 원리들의 내적 연관성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개인선과 공동선 원리는 그리스도교 인간관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목적적 원리인데, 즉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사회적 인간관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선 원리는 개인에게 더 많은 자유와 유익함을 누리게 하고, 공동선은 예외 없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번영하도록 촉구합니다. 때론 개인과 사회 공동체 사이에는 갈등도 존재합니다. 사회 공동체의 공동번영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얼마만큼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원리사이에 균형을 잡기 위한 발견법적 원리가 보조성과 연대성 원리입니다. 보조성은 국가 권력의 의무에 관련한 원리이며, 연대성은 시민인 개인들이 정의로운 사회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공동체에 결속되어 있는 개개인들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권력과 시민들의 의무를 일깨우는 원리인 것입니다.
푸르거 교수는 가톨릭 사회론의 체계가 “개방된 원리들”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지금의 이론적 체계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론들이 내적 연관성을 갖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이 이론들의 내적 연관성은 가톨릭 사회론이 체계를 갖추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