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에서 찾은 이야기, 틈 많은 책장에서 보내는 편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번역자 구잘 미흐라예바를 알게 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구잘과 한국 문학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내가 우즈베키스탄 문학에 대해 질문한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은 최근에서야 가까스로 깨달은 사실이다.
『심판의 날』 속 주인공 퍼처미르가 사후 세계에서 겪었던 일들은 평소 텍스트로 접해 오던 사후 세계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 소설을 읽는 내내 마치 판타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어떤 문화권에서는 진리로 여겨지는 내용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 보고 듣는 것,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눈앞에 있는 것일 때가 많다. 물론 그것들은 우연한 기회에 우리 가까이 놓였을 수도 있으나,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논리에 의해 그 자리가 결정되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우리가 그간 몰랐던 그래서 궁금해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책장 깊숙한 곳에, 책들과 책들의 틈에 숨겨져 있다. 낯선 형태의 목소리와 삶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낯익은 세계를 돌아보게 하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넌지시 알려 준다. 독자들이 『심판의 날』에서 다른 세계로 향하는 미세한 틈새를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번역자 구잘 미흐라예바가 보내는 편지
우즈베키스탄 사람인 내가 한국 근현대문학을 좋아하게 되었듯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우즈벡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발표 당시부터 이슈였던 『심판의 날』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간행된 단편 소설 중 가장 많은 출판 부수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짧지만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는 퍼처미르의 이야기가 한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또 압두라우프 피트랏이라는 작가는 어떤 인상으로 다가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