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와 여자, 무엇이 어떻게 왜 다른가?
남자와 여자는 과연 어떻게 다른가? 제1장 〈뇌, 호르몬, 유전자〉에서는 성차의 선천적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남자와 여자는 뇌가 다르다. 뇌의 차이로 인해 여자는 남자보다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다중작업이 수월하며, 감각이 섬세하다. 물론 뇌의 역량도 후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사회문화와는 무관하게, 세계 모든 인류에게서 뇌의 성차가 일정하게 나타난다. 성별에 따른 뇌 작동 방식의 차이는, 문화가 아니라 태생의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둘째, 남자와 여자는 성호르몬이 다르다. 남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이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테스토스테론은 사람의 경쟁심, 승부욕, 공격성, 성욕, 위험 감수 행동 등을 통제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경쟁심과 공격성이 높고, 승부욕과 성욕이 강하며,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 한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생각의 절대량, 고민의 빈도수가 줄어드는데, “남자는 여자보다 단순하다.”라는 통념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 남자와 여자는 유전자가 다르다. 저자는 해외 연구를 인용하면서 “남자가 여자보다 부서지기 쉽다.”라고 설명한다. 여자의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는 약 1,100개의 유전자가 있으나 남자의 성염체인 Y염색체에서 활동하는 유전자는 40개 정도밖에 없다. 또한 Y염색체는 X염색체보다 크기가 작고, 훨씬 빨리 닳아 없어진다. 인간을 포함한 229개의 동물 종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유전자 차이 때문이다.
■ 역할이 다르고 진화가 다르다
제2장 〈다름의 형성〉에서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겪은 진화의 과정을 설명한다. 오늘날 인간은 왜 동물과 다른가? 남자와 여자의 행동 방식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지은이는 진화의 과정에 주목한다.
인간 사회의 남녀는 자연 속 암수와는 다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다윈은 이를 ‘성선택론’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수컷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포식자에게 들킬 위험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큰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인하거나 겉모습을 치장한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남성을 둘러싼 환경이 수컷 동물의 상황과 다르다. 남성 주위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있다. 상대에게 선택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덜한 셈이다. 이와 달리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남성이 본인을 갈구할 거라 확신할 수 없다. 암컷 동물은 구애하는 수컷 중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남성도 여성처럼 선택권이 있다. 자연 속 암컷과는 달리 여성은 남성의 선택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 고객을 상대로 의류, 화장품, 성형 사업이 활성화된 이유는 바로 인간 특유의 ‘쌍방선택’이라는 맥락 때문이다.
한편, 각기 다른 진화의 과정은 남녀의 마음, 사고방식까지 다르게 만들었다. 과거 수렵채집시대, 남자는 사냥을 했다. 사냥은 혼자 하지 않는다. 목표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모으고, 임무를 나누어야 한다. 이로 인해 남성은 상대적으로 조직화에 능숙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여자는 채집을 맡았다. 채집은 모두가 함께, 각자의 할당량만큼 채우면 되는 작업이다. 여기서 필요한 자질은 조직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이나 목표물을 향한 극심한 집착이 아니다. 가져갈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물건을 선별할 수 있는 섬세한 눈썰미가 필요하다. 더불어 옆 동료와의 협업을 위한 사교 능력이 요구된다. 남자가 회사에 매몰되는 이유, 여자가 상대적으로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인 셈이다. 이 차이가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성별에 따라 다르게 진화하게끔 이끈 원동력이다.
■ 편차, 실험, 그리고 성차
앞서 제1장과 제2장에서 성차의 생물학적 원인, 진화론적 원인을 다루었다면 제3장 〈장난감, 수학, 경제〉와 제4장 〈차이의 실험〉은 성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설명한다.
제3장에서, 지은이는 성차의 핵심이 편차임을 강조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편차가 크다. 여성은 대체로 평균치에 몰려 있지만 남성은 평균치에서 벗어난 사례가 많다. 가령 여자보다 성적이 좋은 남자도 많지만 동시에 여자보다 성적이 나쁜 남자도 많다. 여자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은 남자도 많지만 동시에 여자보다 투자 수익률이 낮은 남자도 많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평균 이상에 주목할 뿐, 평균 이하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덩달아 편차의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위만 보고는 “고위층에, 상류층에 남자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사실 그에 비견될 만큼 많은 수의 남성이 이른바 ‘하류층’에 속하는데도 말이다.
물론 현실에는 차별 문제가 엄연히 존재한다. 노동자의 성별에 따라 임금협상의 과정이 달라진다. 오케스트라의 신규 단원을 모집할 때 성별이 은연중에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외모와 성별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기도 하고, 노동 환경이 특정 성별에 불리할 수도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불합리한 차별은 분명히 문제임을 밝힌다. 다만 남자와 여자의 편차가 다르고, 그 편차로 인해 나타나는 경향성을 언급할 뿐이다.
한편, 제4장은 성차를 연구한 다채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마거릿 미드의 문화인류학 연구가 지닌 문제점, 키부츠의 성평등 실험이 실패한 이유, 결혼·이혼·재혼이 남자와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 1년 6개월 동안 남자로 생활한 여자의 체험기, 목욕탕에서의 수건 회수율, 남자와 여자의 쇼핑 방식이 다른 이유 등 독자의 관심을 끌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러 편 수록했다. 이 실험들은 그간 통념 또는 편견으로 일축했던 남녀의 차이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독자의 재미를 유발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