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면 먼저, 선 넘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
자녀교육서에 범죄 사례라니, 일견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그리 낯설지 않은 접근방식임을 금세 알게 될 것이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학교폭력 문제, 각종 강력범죄에 연루된 미성년자들의 뉴스를 하루가 멀다하고 접하는 현실. 이에 따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지도 오래다. 세상의 수많은 ‘선 넘는’ 일들에 우리 아이가 관여되지 않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한 자녀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요즘 부모들의 당면과제 중 하나이다.
범죄심리학자이자 아동심리학 교수로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선 넘지 않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설득하는 자녀교육서를 펴낸 저자의 시도가 오히려 신선하다.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의 뒤에는 문제 있는 양육 태도로 자녀를 대하는 부모가 있을 확률이 높다. 다시 한번 현실을 돌아보자. 최근, 아이가 아닌 ‘부모’의 문제행동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사례들이 떠오를 것이다.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학부모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요컨대 자녀교육 못지 않게 부모교육이 필요한 시대. 저자 역시 “어린이가 혼자 알아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일은 없다”고 자신의 오랜 경험을 통해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즉, 자녀교육에 앞서 부모의 끊임없는 고민과 공부가 요구되는 것이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도 따라서 바뀐다.
모든 부모가 각자의 주된 양육 태도에 따라 과보호형 부모, 고압형 부모, 맹목적 수용형 부모, 무관심형 부모 중 어느 한 유형에 속한다. 정도만 잘 지키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 주는 부모,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부모가 될 수 있다. 저자 자신도 딸바보 아빠로서 본인의 양육 태도가 과보호형에 속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인지를 하면서 정도를 지나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태도를 조정하거나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문제는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고 선을 넘어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 발생한다. 애지중지가 지나친 과보호형 부모, 억압과 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고압형 부모, 오냐오냐 덮어놓고 받아주는 맹목적 수용형 부모, 방임과 방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관심형 부모가 되는 순간, ‘선 넘는 아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아이의 어리광을 너무 다 받아주지 말 걸 그랬다, 그때 용도도 묻지 않고 용돈부터 덥석 쥐어준 게 잘못이다’ 같은 후회에서 멈출 게 아니라, 내가 그런 양육 태도를 보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분석을 거치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곧바로 태도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의식부터 갖추어야 크게 달라지지요.
-본문 중에서
세상에 선 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곧, 선 넘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간다는 이야기이다. 내 아이가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범죄심리학자로서 저자는, 육아를 “일종의 범죄 예방”이라고까지 묘사하는데, 이 강렬한 표현을 통해 부모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아이를 더 잘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고민, 훗날 활약할 사회인으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이 ‘유효하기만 하다면’ 세상에 선 넘는 일이 그만큼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전망이다. 부모로서의 고민과 노력을 유효하게 만드는 ‘한 끗 차이’를 찾아내고자 매 순간 공부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저자의 교육 철학이 든든한 조언이 되어줄 것이다.